여야가 2월 임시국회 개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만큼 사실상 민생경제 법안 처리를 위한 마지막 기회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 초까지 패스트트랙으로 극한 대립구도를 그렸던 여야가 협치 가능성을 열면서 2월 국회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남다르다. 산업계는 잠자고 있던 다수의 경제관련 법안 통과를 바라고 있다. 현 정부 규제개선 정책이 입법부문에서도 성과로 나타나길 기대했다. 변수는 많다. 직전 국회에선 패스트트랙이 이슈였다면 지금은 그 연장선인 검찰 인사가 갈등의 불씨로 남아있다.
2월 임시국회의 지상과제는 민생·산업법안 처리다. 의원들 간 몸싸움으로 '동물국회'라는 불명예에 출입제한 조치까지 있었던 20대 국회다. 적어도 법안 처리 성과만큼은 '꼴찌'를 면하자는 게 지금의 공감대다.
여야 모두 임시국회 개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2월 임시국회를 여는데 합의했다. 70여일 앞으로 다가 온 총선 일정을 생각하면 선거구 획정을 해야 하는 만큼 국회의원 당사자들 입장에서도 꼭 열려야 하는 상황이다.
전례에 비춰 볼 때 임시국회 기간은 한 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국회가 마무리 해야 할 밀린 숙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산업계의 바람과는 다르게 산업법안이 처리되기에는 현재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임시국회 개최에 적극적이었던 여당 역시 미세먼지 특별법, 가습기살균제법 등을 우선시 하고 있다.
검역법 개정안은 최근 국내외 상황과 맞물려 개정 여론이 제기된다.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퍼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계속 확진자가 나오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954년 제정된 검역법은 지금까지 부분개정만 진행되고 기본 골격은 70여년 전 것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1회성 입국장 검역을 입국 이후로도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선거구 획정도 우선 순위다. 지난해 말 선거법 개정으로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는 결정했지만 지역구 253곳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 법정시한은 넘긴 지 한참이다. 선거구 획정은 그 결과에 따라 당별 의석수의 향방이 달라질 수도 있는 민감사안이라 신경전이 진행 중이다.
상대적으로 경제법안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찾기 힘들다. 검역법 개정과 선거구 획정이 무리 없이 통과돼도 다음은 민주당이 처리를 강력히 주장 중인 경찰개혁 관련 법안과 지난해 처리되지 못한 170여건의 민생법안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각 상임위에 계류된 법안은 처리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 와중에 법무부 검찰 인사 논란이 임시국회의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당은 앞서 특검추진 의사를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로 정권 관련 수사팀을 해체한 것은 사실상 외압이라는 주장이다. 지난달 29일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검찰 인사 현안 질의를 위해 열렸지만 여당 의원들과 추 장관이 불참하면서 한국당 의원들의 성토의 장이 되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에도 산업계는 각 분야별 법안이 2월에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 임시국회가 끝나면 각 당과 의원들은 모두 총선 총력전에 들어간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후보자 공천 작업에 들어갔다. 사실상 20대 국회 법안처리를 위한 마지막 기회이며 이 문턱을 넘지 못하면 다시 4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총선이 끝나고 21대 국회 시작 전인 5월에 임시국회가 열릴 수도 있지만 동력을 잃은 상태에 성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산업계는 지난해 말 '데이터 3법'과 '벤처투자촉진법' '벤처육성특별법' 국회 통과에 환호했던 기억을 안고 있다. 데이터 3법은 본회의 개최를 하루 앞두고 추 장관 체제 법무부의 첫 검찰 인사가 나면서 무산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하루 만에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20대 마지막 국회가 될 수도 있는 2월 국회에 산업계가 바람을 내려놓지 않는 이유다.
열쇠는 결국 여야의 법안 처리 의지와 협치 여부에 달려있다. 선거구획정, 경찰개혁법 논란과 별개로 산업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한 달 남짓한 임시국회 기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면 법안은 자동 폐기수순을 밟고 21대 국회에서 다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현 정부의 규제 개선을 통한 경제 활력 기조도 공허한 메아리로 남게 된다.
지난해 국회는 공직 선거법 개정이라는 공통이슈에 민주당을 중심으로 군소정당이 연대를 맺은 4+1 협의체로 예산안 통과와 법안처리를 이끌어 갔었다. 지금의 검찰 인사 논란에선 이 같은 연대 구성이 힘들 수도 있다. 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도 검찰 인사에 대한 정부의 결정과 대처를 비판하고 있고 정의당도 우려를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치의 전제 없이는 2월 임시국회도 홍역을 치를 여지가 높다.
산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해당 산업분야 법안이 발의되면 통과를 대비해 관련 연구와 투자비 조성 등 사전준비를 하기 마련”이라며 “법과 제도가 산업과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 계속 반복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