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모바일게임 광고의 선정성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일본 AV배우를 모델로 내세워 무차별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광고를 송출하는 게임까지 등장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조차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왕비의 맛'이 선정성이 가득 담긴 광고를 전방위로 송출하고 있다. 아이돌 출신 일본 유명 AV배우 미카미 유아를 모델로 채용해 '미카미 유아의 맛을 느껴봐라!'고 홍보한다.
같은 게임의 또 다른 광고는 게임에 존재하지 않는 콘텐츠를 보여주며 '미인집결지, 다양한 맛'이라는 문구를 내세워 각 여성 캐릭터를 설명한다. 왕비의 맛은 15세 이상이면 즐길 수 있는 게임임을 고려하면 수위가 높다. 광고는 등급과 관련 없이 누구나 볼 수 있다.
왕비의 맛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을 통해 직접 서비스한다. 광고는 다수 대행사를 통해 제작 송출한다.
중국게임이 시선을 끌기 위해 게임에 없는 내용을 선정적으로 광고하는 것은 노이즈마케팅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왕이되는 자' 광고를 규제한 후 매출이 오히려 상승하자 한국 이용자를 유혹하는 마케팅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왕비의 맛 역시 효과를 톡톡히 봤다. 구글플레이 무료게임 1위, 매출 36위에 올랐다. 라인게임즈 '엑소스히어로즈', 카카오게임즈 '달빛조각사' 등 국내 유력 게임사 기함급 타이틀은 물론이고 '클래시로얄' '클래시오브클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선정적인 중국 게임 광고가 무작위로 노출되면서 국내 게임 이미지 손상을 우려한다. 과장·선정광고가 게임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보게 한다는 이유다. 실제 SNS에 노출되는 광고를 보고 선입견이 생기는 사례도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김윤진 씨는 “광고가 그저 야하다는 생각만 했는데 남편이 AV배우라고 알려줘 크게 놀랐다”며 “게임이 중독이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아들이 이런 게임을 한다면 게임자체를 아예 못하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지난 2년간 게임 광고에 대한 적절한 규제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치외법권에 있는 국외 플랫폼 사업자 규제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데다 관련 법 개정 불발 등이 얽히고 쌓인 결과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법률개정 등 게임 선전물에 대한 관리강화방안을 위해 주무부처와 협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지지부진이다.
국내에서는 선정적인 게임광고 직접규제가 불가능하다. 사후 모니터링으로 게임물내용정보를 다르게 표시해 광고하거나 선전물을 배포·게시하는 행위로만 규정한다. 이조차 모두 국외 사업자이기 때문에 국내법을 적용할 수 없다. 과장·선정광고를 하는 중국 게임사가 국내에 지사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 통제나 관리가 어렵다. 과태료도 1000만원 이하에 그친다. 노이즈마케팅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생각하면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해도 실효성이 없다.
지난해 9월 저질 게임 광고를 막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게임광고자율규제위원회가 발족해 논의 중이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규제안을 내놓아도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처럼 해외 사업자에게는 적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