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소재 전문 기업 경인양행이 해외 벤처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일본 수입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핵심 소재를 확보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정부가 수입의존도 높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협력 사업을 적극 시행한 성과 가운데 하나다.

사실 우리나라는 세트 조립 산업에 강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원천 기술에 해당하는 소부장 부문에서는 일본이나 독일과 격차가 있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진 대일 무역적자도 소부장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국산화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감안할 때 직접 개발보다 필요한 것만 사다 쓰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일본과의 마찰은 우리나라 소부장 부문 '탈 일본'을 위한 단초가 되고 있다.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품목의 국산화에 성공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정작 피해는 일본 소재·부품 기업이 보게 됐다. 안정적 공급망을 놓치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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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융합기술인력양성 사업 교육생이 측정분석 과정을 학습하는 모습.>

최근 일본에서 화해 제스처를 보내고 있지만 소부장 국산화는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일본의 정책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던 원천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라는 점도 분명하다. 국산 기술을 확보하면 일본 소부장 기업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긍정적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소부장 공급 안정화와 경쟁력 강화 정책은 흔들림 없이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부장 협력 사업 기업에 연구개발(R&D), 정책금융 지원, 인력 지원, 규제 특례 등 사업 전 주기에 걸쳐 포괄적·패키지형 지원을 제공한다. 경인양행과 같은 협력 모델은 올해 20개 이상 확대·발굴, 지난해보다 5배 늘리기로 했다. 100대 핵심 품목 기술 개발에는 범부처가 1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일본과의 마찰은 우려가 많았지만 오히려 우리 기술 수준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의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