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산책]신기후체제 아래 성공적 기술협력의 길

지난해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개최됐다. 파리협정 채택으로 신기후체제가 목전으로 다가왔고, 당사국은 수년간 협상을 통해 신기후체제 이행에 필요한 세부 규칙을 마련하고 있다.

Photo Image

파리협정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력 향상을 목표로 기후 재원, 기술 개발 및 이전, 역량 배양이라는 주요 이행 수단을 설정했다. 각 당사국은 신기후체제 이행을 위한 광범위한 행동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기술 개발과 이전이 주요 이행 수단의 하나로 설정됨에 따라 기후 기술을 통한 협력은 당사국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의무가 됐다.

신기후체제에서 당사국은 어떻게 기술 협력이라는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가. 당사국 총회를 통해 도출된 이행 규칙을 통해 글로벌 기술 협력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할 네 가지 시사점을 짚어 본다.

첫째 유엔기후변화협약 기술 메커니즘을 활용한 협력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기술 메커니즘은 개발도상국 기술 수요를 파악, 선별해서 선진국 기술을 공급하는 기술 협력 플랫폼이다. 각 국가는 이 플랫폼 활용을 효율화하기 위해 자국 내 국가지정기구(NDE)를 설정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NDE로 정했다. 기술 협력에 관한 정보 공유, 역량 배양, 기술지원 활동 등을 제공했다. 자칫 불확실성이 높을 수 있는 개도국과의 기술 협력을 공인된 채널을 활용해 수행함으로써 신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신기후체제는 단순한 기술 이전이 아닌 기술 개발을 통한 협력을 장려하기 때문에 연구개발실증(RD&D) 이행 전략을 도모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다수의 RD&D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유엔기후변화협약 체제를 통해 수행하면 공식 이행 활동으로 인정받는다. 또 연구 단계 기술을 활용해 개도국 현지에서 실증과 현지화를 진행하면 현지 조기 선점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기후기술협력을 위한 재원 연계 전략이 필수다. 신기후체제 기술 협력은 당사국, 유엔기후변화협약 재정 메커니즘 등 공공재정, 민간 재정,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혁신재정과의 연계를 통해 다차원으로 변모할 것이다. 파리협정 제6조에 의해 등장하게 될 국제탄소 시장은 기후 기술 이전의 간접 재원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재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기술 협력 특성에 따라 적절한 재원을 매칭하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 협력 결과에 대한 정량 평가를 대비해야 한다. 기술 메커니즘 또는 국제탄소시장 등을 통해 기술 협력을 공인 받거나 국제 재원을 지원 받아 기술 협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기여도에 관한 정량 감축 결과물이 도출돼야 한다. 기술 협력 감축, 적응 영향 평가를 수행하고 영향치를 정량·정성으로 서술해 제출하는 것이 규칙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기술 협력 영향평가에 대한 국제 방법론을 파악하고, 우리나라 기후 기술 평가 방법론을 개발 및 적용할 필요가 있다.

신기후체제에서 기술 협력 활동은 필연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협력 데이터 구축과 이를 토대로 한 유엔기후변화협약 체제 하의 RD&D 이행 전략 도모, 재원 연계 전략 마련, 기술협력 이행 및 감축·적응 영향평가 지원 등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다차원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를 견인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기술 협력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이 싱크탱크는 기술 협력 정책과 이행을 종합 지원, 우리나라가 기술에 기반을 둔 기후변화 대응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전략적 플랫폼이 돼야 한다.

오채운 녹색기술센터(GTC) 정책연구부 선임연구원 mosaic327@gtck.re.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