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9개 부문체제를 7개 부문으로 축소하고 현장 지역고객본부를 기존 11개에서 6개로 통합했다.
구현모 KT CEO 내정자 첫 조직 개편은 효율성 강화와 현장 경영이라는 KT 당면과제에 대한 내·외부 조언을 수용, 과감한 혁신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장급 임원 대부분을 교체, 인적구성 측면에서도 황창규 전 회장 체제와 단절을 선언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조직 효율화에 방점
KT 조직은 기존 9개 부문 5개실 1개원 1개소에서 7개 부문 3실 1원 1소 1담당으로 재편됐다. 부문조직은 △커스터머부문 △기업부문 △AI/DX융합사업부문 △네트워크부문 △IT부문 △경영기획부문 △경영지원부문으로 재편됐다.
지원조직은 △홍보실 △법무실 △윤리경영실 △융합기술원 △경제경영연구소 △CEO지원담당으로 부분개편이 이뤄졌다.
커스터머부문은 5G와 기가인터넷 등 유무선사업과 IPTV, 초실감미디어 등 영업을 비롯해 마케팅까지 총괄한다. 사실상 옛 매스총괄 사장과 같은 역할의 KT 2인자로 개인고객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핵심요직이다. KT는 아직 커스터머부문장을 선임하지 않았다. 구현모 사장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사업부문은 글로벌부문과 통합해 '기업부문'으로 재탄생시키며 힘을 실었다. 박윤영 전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책임과 역할을 확대한다. 5G 인프라를 기반으로 안정적 B2B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포석이다.
구현모 사장의 KT '고객중심' 원칙에 따라 고객관련 양대 조직에는 KT 최대 위상이 부여됐다.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접점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경쟁하며 회사를 성장시키도록 '투톱' 역할이 부여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현장경영 강화
KT AI/DX융합사업부문은 기존 미래플랫폼사업부문과 마케팅부문 일부를 통합해 재편됐다. 보다 먼 시야에서 조선소, 의료 분야 등 디지털전환을 추진하며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이 부여됐다. AI/DX융합사업부문장은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XO)로 KT 전반 디지털혁신을 책임지는 전홍범 부사장을 보임했다.
KT는 경영지원조직 중에 핵심인 비서실을 CEO 지원담당으로 축소하고 사업협력(CR)부문을 폐지해 경영지원부문 산하로 재편했다. 지원조직을 슬림화하고 의사결정구조를 단순화하겠다는 구 사장의 의지로 읽힌다.
현장 영업조직을 통합하되, 자율권을 강화한 점도 조직개편 특징이다. 기존 커스터머&미디어부문에 속해있던 11개 지역고객본부는 커스터머부문 산하 6개 지역광역본부로 재편됐다. 기존 유무선 영업조직은 물론이고, 네트워크부문 산하 지역네트워크본부까지 흡수했다.
광역본부는 자체적으로 완결된 사업체계를 갖추게 됐다. 지역 자율성을 바탕으로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이고 차기 CEO 후계구도와 관련해서도 경영능력을 갖춘 인재를 형성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황창규 체제 단절
구현모 사장은 젊은 인사 위주로 인적인 물갈이도 단행했다. 황창규 회장이 선임한 사장급 인사는 대부분 보임을 받지 못했다.
KT는 신규 임원(상무) 21명 중 27%를 1970년대생(50세 이하)으로 선임했다. 5명 중 1명이 50세 이하로 구성돼 조직 활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KT 2020년 조직개편과 인사는 기존 부문 중심 체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구 사장이 강조하는 고객중심 가치를 반영해 핵심부분 역할을 조정하고 최고위급 임원을 대거 교체한 것으로 요약된다. 구현모 사장 지향점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T 전직임원은 “조직 효율화와 현장중심이라는 대내외 조언이 대폭 수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만큼, 주주총회를 앞당겨 빠른 구현모 경영체제를 확립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