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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연구개발(R&D) 예산 편성 시스템도 과기자문회의 본래 기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과기자문회의 심의회의는 매년 6월 말까지 다음 해 R&D 예산안을 심의·의결해 기획재정부로 넘긴다.

기재부는 이후 세입·세출이 확정되는 8월 R&D 예산 정부안을 확정한다. 정부안은 당초 심의회의를 통과한 예산안과는 차이가 있다. 기재부가 예산 상황을 감안해 R&D 예산을 늘리거나 줄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당초 심의 대상엔 없었던 신규사업이 추가되기도 한다. 2018년 기재부가 2019년R&D 예산을 확정할 당시, 과기자문회의가 심의·의결한 원안 대비 4000억원가량 늘었다. 기재부가 신규 사업을 추가로 반영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신규 R&D 사업에 대한 과기자문회의의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과기계에선 R&D 예산 편성 과정에서 과기자문회의가 '패싱'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기자문회의 고유 권한인 예산 심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도 제기됐다.

이후 기재부가 R&D 예산에 신규 사업을 반영할 경우 과기자문회의가 이를 추가 심의할 수 있도록 개선됐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과기자문회의가 올해 R&D 예산안을 심의한 이후 일본이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이후 기재부는 의결안 대비 R&D 예산을 3조원가량 늘렸다. 소재·부품·장비 기술 자립화 관련 R&D 등 신규 사업이 대거 반영되면서 예산이 대폭 늘었지만 검토,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

사업 수가 많아 물리적 검토 시간이 부족했고 기재부가 보안을 이유로 예산 편성 과정을 폐쇄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과기자문회의 R&D 예산 심의 기한을 정부예산안이 확정되는 시기로 늦추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쟁점화 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반발도 예상된다.

염한웅 과기자문회의 부의장은 “올해는 R&D 예산 심의·의결 이후 소부장 사태 등으로 추가 예산이 대폭 증액되면서 추가 심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양한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출한도 설정 관련 논란도 계속된다. 정부가 기재부, 과기혁신본부가 공동으로 지출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이로 인해 과기혁신본부, 과기자문회의의 R&D 예산 배분·조정, 심의 기능이 상당 부분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과기계 관계자는 “R&D 예산 배분, 조정, 심의 비롯한 전반 과정에서 과기 거버넌스 역할이 제한돼 있다”면서 “이는 R&D 예산 효율성 이슈와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