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쳇페이, 알리페이 등 중국 모바일 결제를 대행하는 국내 업체들이 허위로 해외에 가맹점을 등록해 놓고 중간에서 결제 정산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대행사는 이 같은 편법 결제 대행서비스가 중국 본사에 발각돼 라이선스를 취소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디지털 결제 환치기'로 외환거래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지만 간편결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법 해석이 나오지 않아 편법 거래가 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위쳇페이 등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모바일 결제 대행업을 하는 일부 국내 전자결제 대행사가 해외에 허위 가맹점을 만들어 놓고 한국에서 이뤄진 QR결제를 중국 또는 홍콩에서 사용한 것처럼 처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A사의 경우 홍콩에 허위 가맹점을 등록해 놓고 제주도 등지에서 중국 관광객이 소비한 모든 결제 처리를 홍콩 가맹점에서 발생한 것처럼 처리했다. 가맹점 코드를 한국이 아닌 중국 코드로 올리는 것이다.
이는 중국과 제3국 간 수수료 차이 때문이다. 중국의 해외 결제 수수료는 0.8% 이상을 부과한다. 그러나 자국 내 결제로 분류되면 0.5%로 수수료가 내려간다. 이 때문에 국내 전자결제대행사는 한국에서 발생한 결제를 중국에서 발생한 것처럼 상계해서 정산 처리를 한다.
환차익 혜택도 이 같은 행위를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해외에서 결제가 발생하면 해외결제 수수료에 환차익 수수료가 추가된다. 환율이 변동하기 때문에 이를 헤지(위험회피)하기 위한 일종의 위험담보 수수료가 더 붙게 된다. 그러나 중국 내 결제로 분류되면 환헤지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
국내에서 발생한 결제가 중국 내 결제로 편입되고, 국내 전자결제대행사가 정산 과정에서 이 같은 수수료 차익을 취하는 구조다.
B사도 중국 근방에 대형가맹점을 등록해 놓고 명동 등 QR결제가 많이 발생하는 중국인들의 결제 건수를 해외 결제로 상계해서 선 정산한 후 높은 중간수수료를 받고 있었다.
최근에는 환치기 의심을 피하기 위해 수수료 대금을 마치 송금한 것처럼 조작하거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구매해서 세탁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알리페이 등 중국 모바일결제 대행업 대표는 “일부 기업이 외환거래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수수료 차익 유혹에 못 이겨 이 같은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최근 중국 내에서도 이 같은 해외 편법 행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환치기 수법은 조금씩 줄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대행업자는 “규제샌드박스 등 제도권 내에서 해외결제 대행 규제 등을 푸는 방식을 검토해야 하지만 외환거래법이 비대면 등 간편결제 서비스까지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지 않고 있다”면서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앞서 브로커들이 중국 본토 QR를 들여와 가맹점 대상으로 변칙 모바일 결제 대행을 하는 사실까지 드러나 QR결제 환치기 논란이 시장에서 이슈로 떠올랐다. 한국에서 발생한 소비 행위가 중국에서 발생한 것처럼 조작돼 각종 세금도 부과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환치기 의심을 받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최근 단속이 강화되면서 허위 가맹점 등록을 통해 편법으로 거래하는 사례는 없다”면서 “소규모 일부 기업이 이 같은 행위를 한 건 맞지만 이를 국내 전체 전자결제대행사가 하는 것처럼 확대해석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편법 QR 환치기 수법에 대해 모니터링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