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완성차 업계의 행보는 크게 엇갈렸다. 현대·기아차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래를 대비했지만 한국지엠과 쌍용차·르노삼성차는 판매 부진과 유동성 위기 등 대내외 악재로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 초 광주형 일자리가 공식 출범하면서 '노사 상생 모델'로 주목 받았고, 전기차 등 국가 친환경차 정책 대열에 '수소경제'가 합류하며 미래차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혁신성장의 단초를 마련했다. 정부는 로드맵을 통해 △수소전기차 누적 620만대 생산(내수 290만대·수출 330만대) △수소충전소 1200개 확충 △수소전기택시 8만대·수소전기버스 4만대 보급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규모 수소전기차를 생산,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70만기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FCEV 비전 2030' 전략으로 화답하며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광주시와 현대차가 조율 끝에 올해 초 합의를 도출하면서 지난 8월 공식 출범했다.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임금을 반으로 줄이는 대신, 완성차 공장 유치로 고용을 창출하는 '상생형 일자리'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부와 산업계가 미래차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내수 시장은 여전히 녹록치 않았다. 완성차 5개 업체가 올 1월부터 11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총 138만8327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140만6680대) 보다 소폭 줄었고, 브랜드별 실적은 극명하게 달랐다.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차가 독주 체제를 강화하며 미래 투자에 파란불을 켰지만, 나머지 국내 3사는 대규모 할인 판매를 전개하는 등 출혈 경쟁 속에서도 판매량을 늘리는데 부족했다. 더욱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노사관계를 해결하지 못해 미래 성장 동력까지 위협 받는 실정이다.
현대차는 올 11월까지 67만5507대를 판매했다. 목표 판매량은 71만2000대로 약 3만6000대를 남겨두고 있다. 목표 달성률은 94.9%로 연말까지 초과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작년 말 출시했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를 시작으로 올해 '베뉴', 신형 '쏘나타', '그랜저' 부분변경까지 연달아 히트 시키며 독주 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기아차도 올해 순항했다. 11월까지 판매량은 47만1075대로 당초 목표했던 연간 53만대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내년에는 신형 '쏘렌토'와 'K3' 등 시장에 파급 효과가 큰 볼륨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어 이 같은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기아차가 최근 선보인 신형 'K5'가 사전계약 기간에만 1만6000여대가 계약되는 등 흥행을 예고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올 한해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 구현을 통한 미래 성장 기반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에 한국지엠·쌍용차·르노삼성 3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쌍용차는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9만7215대로 목표 했던 11만대 달성은 어렵게 됐지만 2년 연속 3위는 유력하다. 내년 신차가 없다는 게 약점이지만 연식 변경 모델을 통해 시장 반격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도 목표 판매 달성은 어려운 분위기다.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각각 7만6879대와 6만7651대로 목표 했던 각각 9만대와 11만대에는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