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총선 석패율제 도입을 두고 여야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회 밖에서는 보수단체 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도 선거법 합의가 지연돼 임시국회는 사실상 일시정지 상태다. 정치권의 의석수 셈법에 패스트트랙 처리는 물론 예산안 부수법안 및 민생법안과 법무부 장관, 총리 후보 청문회 일정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야당을 향해 '원포인트 본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아무 쟁점도 없는 법안들이 기약도 없이 본회의를 기다리게 할 수 없다”며 “선거법에 대한 공개적인 공방은 중지하고 우선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차례차례 처리해 나가자”고 말했다.
원포인트 본회의는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논란이 되는 패스트트랙 법안들은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이미 합의가 끝난 무쟁점 법안들로만 본회의를 분리해 여는 방안이다. 법무부 장관, 총리 후보 청문회 숙제가 남아있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본회의가 계속 연기되는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전략이다.
국회는 이미 선거법 동맥경화에 걸린 상태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협의체'가 협의했지만 해답을 못 찾고 있다. 17일에는 4+1 소속 야당만 모여 합의안을 만들었지만 민주당이 석패율제 재고를 요구하며 사실상 거부했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서 예산안을 통과시켰던 4+1 공조가 선거법에서는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어느 한 곳이 석패율제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는 이상 지금의 난맥상은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4+1 소속 야당에게 있어 17일 합의는 민주당에 건 낸 최후통첩과 다름없었다. 합의 불발에 대한 남탓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야당 측은 여당의 비토로 예산 부수법안과 민생법안 모두 처리하기 어렵게 됐다며 민주당이 한발 물러서기를 요구했다.
선거법 논쟁을 뒤로 미루더라도 원포인트 본회의 정상진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미 한국당이 각종법안들은 물론 회기결정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걸어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을 향해 “원포인트 본회의가 한국당과의 필리버스터 철회 합의가 있었기 때문인지 확인해달라”며 이점을 지적했다.
○석패율제, 왜 문제인가…
석패율제는 불과 몇 표 차이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방안으로 중앙선관위가 권고한 내용이다. 민주당도 협상 초기에는 석패율제를 도입하자는 입장이었다. 매번 특정지역에서 같은당 의원이 당선되는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는 명분도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석패율제에 대한 정당간 입장은 반대였다. 오히려 민주당, 한국당 같은 거대 정당은 이를 도입하자고 했고 소수정당은 반대했다. 반면 지금은 민주당이 수용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지역구의 표 싸움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는 민주당의 셈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다수다. 석패율제 구제를 노린 소수정당 후보의 출마가 이어지면 그만큼 표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당선과 낙선의 표차이가 크지 않은 수도권 지역에서는 민감한 사안이다.
실제로 4+1 야당의 선거법 합의안에 대해 석패율의 문제점을 거론한 의원 중 다수가 이들 지역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은 민주당한테 넘어와 있다. 야당측에 재고해 달라 요청했지만, 실제 결론은 민주당의 석패율제 수용여부에 달릴 전망이다. 선거제 합의가 결국 무산될 경우 4+1 공조도 와해될 공산이 크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