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3세대 'K5'는 고가의 수입차를 위협하는 멋진 스타일과 탄탄한 주행성능, 운전자와 교감하는 미래형 기술까지 흠잡을 게 하나도 없었다. 시승장에서 만난 기자단 평가 역시 '쏘나타'를 능가할 신무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승을 마치고 한번 더 놀란 건 높은 연비였다.
K5는 고가의 수입차 못지 않은 예쁜 디자인과 스포티한 모습을 갖췄다. 1세대 K5가 '호랑이 코(tiger nose)'로 강한 인상을 줬다면 3세대는 이를 더 강조한 '호랑이 얼굴(tiger face)'를 구현했다.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버린 전면 그릴과 헤드램프는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에 적용됐지만, 날렵함과 심플한 멋을 더했다. 상어껍질에서 영감을 받은 그릴 패턴이나 강렬함을 강조한 주간주행등(DRL)은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줬다. 여기에다 정숙성뿐 아니라 한층 더 강화된 첨단운전자주행보조시스템(ADAS) 역시 전방 카메라의 화각을 100도까지 넓혀 보다 정확한 차선 인식까지 구현한다.
카카오의 인공지능(AI)기술 자회사인 '카카오 엔터프라이즈'와 3년간 협력 끝에 개발한 능동형 음성인식 기술은 기존의 '내비게이션 길 안내'나 '뉴스 검색' 수준을 넘어 운전석 시트의 열선·통풍 제어뿐 아니라, “창문 열어줘”라고 말을 하면 이를 인식해 곧바로 명령을 수행한다. 편리할 뿐 아니라 운전하는 내내 마치 '비서'를 부리는 것 같은 재미를 더했다.
이날 시승 모델은 'K5 가솔린 1.6터보'다. 시승 구간은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파주 헤이리마을까지 왕복 약 125km이다. 워커힐호텔에서 헤이리마을까지 약 63㎞ 구간 연비는 16.5㎞/ℓ, 다시 돌아오는 구간 63㎞구간 연비는 무려 19.1㎞/ℓ를 찍었다. 차량 브로셔에 나온 12.7㎞/ℓ의 복합연비(18인치 타이어 기준)와 비교하면 말도 안되는 수치다. 이 구간은 고속도로가 대부분이지만, 중간중간 차량 정체도 있었고 적당히 시원하게 뚫리는 구간도 있었다. 도심 주행에도 뛰어난 연비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을 켰다. 시속 50~60km 구간에서 무리 없이 반자율주행 기능을 수행했다. 정체 구간에서 속도가 10km/h로 줄어들 때도 서서히 속도를 제어했다. K5는 내비게이션 기반 SCC를 적용했다. '레벨 2.5' 수준의 자율주행과 내비게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안전구간·곡선로 등의 정보를 받아 자동으로 차량의 속도를 제어한다.
이후 운행모드를 '스포트(Sport)'에 놓고, 가속 페달을 쎄게 밟았다. 시원한 가속 응답속도와 속도감 역시 탁월했다. 이전에 '쏘나타'에선 느끼지 못한 주행성능이다.
1.6 터보 모델은 T-GDi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180마력(ps), 최대토크는 27.0(kgf·m)이다. 여기에 든든한 핸들링은 저속에서는 부드럽게, 고속에서는 단단하고 묵직했다.
돌아오는 길에 외곽순환도로 터널 구간에서 '미세먼지 센서'가 자동 작동했다. 덕분에 2시간 동안 실내 미세먼지는 'Good(좋음)' 상태를 유지했다. 공기청정 시스템은 실내 공기를 모니터링해 4단계(좋음·보통·나쁨·매우 나쁨)로 표시하고, 고성능 콤비 필터를 통해 운전자의 별도 조작 없이 정화한다.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는 쏘나타보다 10㎜ 긴 2850㎜을 확보했다. 테마형 12.3인치 클러스터는 날씨에 따라 배경을 달리 설정할 수 있는데 마치 PC의 윈도 바탕화면을 연상케 하며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 충분하다. 공조 제어 버튼은 터치 방식을 도입했고 슬림한 모양의 송풍구는 공기 흐름을 형상화한 베젤 패턴을 입혔다. 1.6ℓ 터보만의 특권인 D컷 스티어링 휠은 조작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실내공간은 외관에서 보여지는 느낌보다 넓었고 뒷자리도 넉넉했다. 신형 K5의 전장은 4905mm로 이전 모델에 비해 50mm 늘었다. 전폭도 25mm 확대된 1860mm로 제작됐다. 신형 K5의 전체적인 길이와 폭을 넓힌데 비해 전고는 기존 모델에 비해 20mm 낮은 1445mm로 설계됐다. 신형 K5의 가격은 가솔린 2.0 모델이 2351만원에서 3063만원에 판매된다. 이날 시승한 1.6 터보 모델의 가격은 2430만원에서 3141만원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