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건조기는 탁월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미국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9 생활가전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 삼성 건조기는 총점 외에 별점과 같은 방식으로 부여하는 등급에서도 건조기 중 유일하게 최고 등급을 받았다.
삼성은 건조기 본고장에서 인정받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영미권과 유럽 시장에서 경험으로 익힌 기술력을 총망라해 한국 환경에 최적화된 건조기 '그랑데'를 개발했다. 이를 위해 설계부터 다시 시작했다.
한국형 건조기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에 가장 가까운 건조'를 구현해내는 것이었다. 삼성은 자연 건조를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마치 자연의 햇살과 바람으로 건조하는 듯한 건조 방식을 연구했다. 기존 모델보다 건조 용량을 대폭 키운 것도 잦은 이불 빨래 등으로 건조할 빨래 양이 많은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결과였다.
한국 기후와 세탁 환경도 도전 과제였다. 습한 세탁실에서도 빨래 물기를 바짝 말릴 수 있도록 낮은 온도에서 습기를 제거하는 저온 제습 방식을 채택했다. 여름은 물론 추운 겨울에도 빠르게 건조할 수 있도록 초고속 예열 기능을 더해 사계절 내내 편리하게 빨래를 건조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한국 소비자의 사용 환경을 철저히 분석, 건조기 기본 기능부터 다시 설계했다.
그랑데는 건조통 뒤판 전면에 360도로 360개의 에어홀을 적용했다. 건조 바람이 뒤판 일부가 아닌 전체에서 골고루 넓게 퍼져 나와 옷감 구석구석까지 건조할 수 있고, 사방에서 부는 자연 바람의 효과처럼 옷감을 보드랍고 보송보송하게 해준다. 풍부한 바람으로 많은 양의 빨래도 골고루 건조한다. 뒤판 에어홀을 자체 개발하고 적용한 덕분이다.
마치 햇볕에 말리는 것처럼 옷감 손상 걱정 없이 건조할 수 있도록 드럼 내부 최고 온도를 60℃ 이하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옷감 노출 온도가 70℃로 올라가면 옷감 수축률이 약 2배 증가하기 때문에 기계 건조의 부작용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마법의 온도를 찾아낸 것이다.
건조 성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위생 관리다. 건조 중 발생하는 먼지가 제품 안으로 들어가 내부 공기 순환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먼지를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 삼성 건조기는 먼지를 잘 거를 수 있도록 필터를 더 촘촘하게 만들고 필터 사이즈를 키웠다. 미처 필터에 걸러지지 못한 먼지를 잡기 위해 고무 재질 실링을 필터와 필터 투입구 사이에 넣었다. 고무 실링은 틈새를 막는 역할로 정전기를 발생시켜 주변 먼지가 달라붙도록 유도한다.
여러 단계 차단 장치에도 먼지가 100% 걸러지지는 않는다. 이에 건조기 열교환기(콘덴서) 앞쪽으로 먼지 찌꺼기가 쌓일 수 있다. 열교환기에 먼지가 쌓이면 건조 성능이 저하되고 에너지 효율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불쾌한 냄새가 발생할 수 있다. 건조기 내 먼지가 수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유해한 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삼성 건조기는 이러한 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교환기를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언제든지 쉽게 청소할 수 있도록 직접 세척 방식으로 설계했다. 세척 방식이 간단하고 건조기를 매일 사용해도 1년에 3~4회만 청소하면 된다. 먼지가 열교환기에 쌓이더라도 수분과 닿기 어렵도록 거리를 둬 건조기 내부가 습한 환경이 되지 않도록 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