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안정 속에서 '딥체인지(Deep Change)' 실행력을 강화하는 데 2020년 임원인사 초점을 맞췄다.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는 딥체인지는 공유인프라, 사회적 가치 추구와 함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경영철학이다. SK그룹은 3년 전 딥체인지 착수를 위해 4개 주력계열사 포함 수펙스추구협의회 소속 8개 협약사 대표 모두를 교체한 바 있다.
그러나 매년 대대적 인사·조직개편으로는 지속적 혁신 추진이 어렵다. 올해 인사에서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임원 인사를 최소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작년부터 이어져온 SK그룹 임원인사 기조다.
반면에 부문장급 임원 세대교체와 여성 임원 신규 발탁, 외국인 임원 선임 등을 통해 변화에 대응하고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여성 임원은 역대 최대인 7명을 신규 선임했고, 외국인 리더 2명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일부 협약사 최고경영자(CEO)는 신규 선임하며 환경 변화에 대비했다. 대표적인 변화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겸임하던 SK브로드밴드 사장에 최진환 ADT캡스 사장을 내정한 것이다.
1968년생인 최진환 SK브로드밴드 신임 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으로 장기신용은행, AT커니, 베인앤컴퍼니(팀장), 현대라이프(대표이사 부사장)를 거쳐 2014년부터 ADT캡스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왔다. SK텔레콤이 ADT캡스를 인수한 이후 SK텔레콤 보안사업부장으로 활동했다.
최 사장의 금융권 경험이 SK브로드밴드 재상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SK그룹 판단이다. SK텔레콤은 중간지주회사 전환 후 SK텔레콤(무선사업부문), SK브로드밴드, SK하이닉스 등과 병렬 배치하는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재상장은 이를 위한 절차 중 하나다.
최 사장은 티브로드 합병 이후 미디어 사업 확대도 지휘해야 하는 중책도 맡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에서 쌓은 노하우가 방송·통신 융합과 글로벌 미디어 시장 경쟁력 확보에서도 힘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차규탁 SK루브리컨츠 사장 선임도 적재적소 인사라는 평가다. 차규탁 사장은 석유사업 마케팅, 신규사업 개발 등 풍부한 석유사업 경험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기유 사업의 글로벌 메이저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하고 새로운 시장 개척 등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SK머티리얼즈 사장에 선임된 이용욱 사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주식회사 홀딩스에서 법무, 인사, 전략, 투자 등을 두루 경험했다. 소재 분야의 기술 독립, 신성장 사업 발굴 등 SK머티리얼즈의 글로벌 입지를 다지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SK그룹 전체적으로는 신규 선임 108명, 사장 승진 9명 등 117명의 임원인사가 이뤄졌다. 지난해 신규 선임 112명 포함 승진임원 151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 이상 줄었다.
이는 SK그룹이 올해 8월부터 상무, 전무, 부사장 등 임원 직제를 없애는 새로운 임원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신규 임원과 사장 승진 외에 전무, 부사장 승진이 사라졌다. SK그룹은 이런 변화를 통해 상하 관계를 없애고 유연하고 평등한 조직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그룹은 계열사 조직개편을 통해 각사별 행복조직을 신설, 경영활동 전반에 구성원과 고객의 행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실천할 예정이다. 올해 초 신년회에서 최태원 회장이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강조하는 행복경영을 새 경영화두로 제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