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기술장벽 '차곡차곡'...기업 수출 '통곡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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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역기술장벽(TBT) 통보가 올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개발도상국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TBT 통보를 확대했다. 특히 최근 에너지 효율등급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 위협 요소로 떠올랐다.

5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TBT 통보는 3161건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의 3061건보다 100건 더 많은 수치다. 2017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세계 TBT 통보는 2015년 이후 올해까지 5년 연속 증가했다. 2015년에 1977건을 기록한 이후 2016년 2331건, 2017년 2580건, 지난해 3061건, 올해 3161건으로 지속해서 늘었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개도국 위주로 TBT 통보가 확대되고 있다. 개도국 TBT 통보는 2015년 979건에서 2016년 1086건, 2017년 1116건, 2018년 1193건, 올해 1244건으로 지속 증가했다. 최빈국 TBT 통보도 2015년 158건에서 올해 417건으로 증가했다. 반면에 선진국 TBT 통보는 2015년 404건에서 올해 307건으로 줄었다. 올해 TBT 통보 상위 5개 국가도 우간다·에콰도르·미국·브라질·케냐 순으로, 미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개발도상국이다.

개도국 위주로 TBT 통보가 확대되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개도국에서 에너지 효율등급 규제를 강화하면서 우리 기업이 수출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제3차 WTO TBT 위원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에콰도르 건조기 에너지 효율등급 규제를 특정무역현안(STC)으로 제기했다. STC는 WTO 회원국이 TBT 위원회에 공식 이의를 제기하는 안건으로, 주로 무역장벽 영향이 크거나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항을 선정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에콰도르는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에너지효율 등급 규제를 설정, 우리 기업이 기준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국표원 관계자는 “에콰도르는 유럽 기준을 그대로 도입하면서 판매제한 등급까지 설정, 한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도 만족시키기 어려운 기준을 제시했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건조기 방식 가운데 한 방식만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위원회 이전에도 아랍에미리트(UAE) 에어컨 최소 에너지효율기준(MEPS)과 페루 소비전력 시험, 세탁기 온도조건 시험 항목 등에 대한 우리 기업의 규제 개선 요청이 있었다.

전문가는 최근 개도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TBT를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 변화에 따라 품질·안전 규제에서 에너지 효율 등급 등 환경 관련 규제로 무역장벽을 쌓는 분야가 전환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최갑홍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에콰도르 같은 개도국이 국제 규범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기술 장벽을 활용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 하고 있다”면서 “기후 변화와 관련한 에너지 효율등급을 내세워 무역장벽을 쌓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표>최근 5년간 세계 무역기술장벽(TBT) 통보 현황

무역기술장벽 '차곡차곡'...기업 수출 '통곡의 벽'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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