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0대 기업의 지난해 기부금이 전년보다 5%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기부금 지출 투명성이 강조됨에 따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기부금을 집행하는 등 과정이 까다로워졌고, 단순 금액 전달이 아닌 기업들의 직접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늘어난 것 등이 이유로 꼽힌다.
4일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보고서를 제출하고 기부금 내역을 공시한 406개 기업 기부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부금 총액은 3조6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3조2277억원에 비해 5.1%(1648억원) 감소한 것으로, 조사대상 기업의 절반이 넘는 206곳이 기부금을 줄였다.
500대 기업 중 최다 기부 기업은 삼성전자로 지난해 총 3103억원을 기부해 전년 3098억 원보다 기부금을 늘렸다. 다만 2016년(4071억원)과 비교하면 968억원이 줄었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SK(1946억원), CJ제일제당(1221억원)이 톱3에 포함됐다. 1000억원 이상 기부한 곳은 이들 세 곳뿐으로, 전년 7곳에서 1년 새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이어 국민은행(919억원), 신한지주(887억원), 삼성생명(877억원), 현대자동차(855억원), 하나금융지주(673억원), 한국전력공사(638억원), SK하이닉스(620억원) 순으로 기부금이 많았다.
또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호반건설로 매출 1조6062억원의 2.03%(327억원)를 기부했다. 매출의 2% 이상 기부한 곳은 호반건설이 유일했다. 태광산업은 매출 3조1088억원의 1.04%에 해당하는 324억원을 기부해 기부금 비중 2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광주은행(0.94%), 엔씨소프트(0.94%), 부산은행(0.84%), 경남은행(0.80%), 행복나래(0.75%), 네이버(0.71%), CJ ENM(0.69%), CJ제일제당(0.65%)이 기부금 비중 상위 10개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기부금이 1억원 미만이면서 매출의 0.01%도 안 되는 기업은 대우건설과 한화종합화학, KCC건설, 한진중공업, 동원시스템즈, 산와대부, 노무라금융투자, 동부제철, S&T모티브, 지오영, 한국미니스톱, MG손해보험, 소니코리아, 다스 등 45곳이었다.
한편 조사대상 기업 중 매출 상위 20개 대기업 기부금은 2016년 이후 감소 하락 추세로 나타났다. 2016년 20개 기업 기부금은 1조1456억원이었는데 2017년 9762억원으로 14.8%(1694억원) 줄었고, 지난해에는 9708억원으로 2년 새 15.3%(1748억원)나 감소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기부금 지출에 한층 조심스러워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의 경우 투명성 강화를 위해 기부금 집행 기준과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도 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