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울산 '산업수도' 되찾으려면 미래차 경쟁력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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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변화는 산업 전반을 혁신시키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이동 수단 역할을 해 온 자동차는 친환경, 자율주행, 차량공유 등 관련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정보기술(IT) 디바이스'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은 이미 미래 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한 무한경쟁 체제로 들어갔다.

울산 지역의 자동차 산업은 바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발전과 궤를 함께한다. 1975년 현대자동차가 울산에 종합자동차공장을 건설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은 근대화 기반을 갖추게 됐다. 이듬해인 1976년 최초의 국산 고유 모델 포니가 출시됐다. 그 후 1988년에 국내 생산 100만대를 돌파하면서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떠올랐고, 1995년에는 수출 100만대를 달성했다. 2017년 국내 완성차 수출은 총 253만대, 수출액은 416억9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 5736억9000만달러의 7.3%를 차지하는 등 반도체 및 선박구조물에 이어 수출액 기준 3위 수출 품목이다.

단일 자동차공장으로 세계 최대인 연산 155만대 규모의 현대자동차가 있는 울산은 대한민국 자동차 생산액의 21% 이상을 차지한다. 연간 205억달러를 수출, 세계 5대 자동차 산업 도시가 됐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 중심의 울산은 1970년대 이후 수출 한국을 이끈 산업 수도였다. 2011년에 1015억달러를 돌파한 울산 수출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2015년 729억달러, 2017년 667억달러로 매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700억달러 선을 회복했다. 이에 따라 수출 1위 자리도 경기와 충남에 내어주며 3년 연속 3위에 머무르고 있다.

미래차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내연기관의 저성장은 필연이며, 글로벌 경기 둔화까지 겹쳐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아우디도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95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완성차 업체들도 퇴직자 대비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인건비 절감에 돌입할 예정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울산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흥망성쇠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디트로이트는 1903년 포드 자동차공장 부지 선정을 계기로 미국 자동차 산업 중심으로 급부상했다. 1950년대 인구 약 185만명으로,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가 됐다. 그러나 일본 자동차 산업 성장으로 2009년에 GM이 파산하는 등 미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지고 흑인폭동·석유파동 등을 겪으면서 10년마다 인구가 20만명 감소해 2017년 기준 67만3000명까지 떨어졌고, 결국 2013년에 시는 파산 신청을 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자동차 산업이 변화하면서 세계 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국내외 시장에서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국내에서는 2022년까지 35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2010년 이후 판매량이 크게 증가해 2017년 130만대(세계 자동차 시장의 1.2%)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수소차 누적생산량을 2018년 2000대에서 2040년 620만대(내수 290만대, 수출 330만대)로 확대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해외 시장의 경우 유럽은 EU의 주도하에 2019년 수소자동차 보급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 120만대, 2050년까지 800만대의 공격적인 계획을 수립했으며, 일본은 내년 도쿄올림픽을 수소차 기술력 과시 기회로 삼아 2025년 20만대, 2030년까지 30만대 보급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국내 업계는 전반에 걸쳐 선진국 수준 또는 약 2년의 기술 격차를 보이며, 선진국 대비 생산 기술은 1년 앞서 있지만 신제품 개발 능력은 5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로 신차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트렌드에 맞는 시의 적절한 라인업 및 고부가 프리미엄 차량 확충으로 외형 성장만큼의 브랜드 가치 성장을 함께 이뤄 가야 한다.

소재·부품 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도 함께 추진,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해야 한다.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현대모비스(7위)·현대위아(34위)·만도(46위) 등 6개에 불과하며, 일본(28개)·미국(22개)·독일(16개)이 66%를 차지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은 제조 경쟁력보다 서비스 플랫폼 경쟁력에 의해 좌우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혁신 서비스 모델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차량공유, 카풀, 모바일 택시 등 기존 사업자의 기득권에 도전하는 혁신 서비스를 가로막는 규제는 개혁해야 한다.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거대 기업들 간 경쟁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1975년 현대차 공장 설립 후 짧은 기간에 울산 중심으로 세계 자동차 산업의 선두권에 오른 것처럼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도 국제 경쟁력을 높여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과 함께 세계 완성차 기업과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높임으로써 제2의 태화강 기적을 일궈서 산업 수도 울산의 영광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강길부 국회의원(무소속, 울산 울주) uljukang@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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