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적합성평가 관리, 20대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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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성평가는 기업이 만든 제품·서비스가 기준(표준)에 적합한 지 여부를 시험, 인증, 검사 등을 통해 확인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발생한다. 적합성평가의 법률 근거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적합성평가 제도 운영에 대한 세부 사항과 관련된 개별법이 없다. 다만 '국가표준기본법'에 적합성평가 제도에 대한 근거 규정만 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적합성평가 업무가 부실하게 비효율 운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적발되더라도 성적서 위·변조를 금지하거나 공인기관의 인정 및 인정취소, 정기검사 등에 관한 행정처분의 근거가 미비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믿고 사용한 소비자와 기업, 정부의 몫이다.

피해 사례를 보면 지난해 5월 시험인증기관 A, B는 플라스틱 배관에 대한 성능과 안전 등에 관한 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공인시험성적서를 플라스틱 배관 업체에 발급했다. 그러나 당시 공인시험성적서 발급을 위한 실험데이터가 없거나 제품 안전성에 대한 실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인시험성적서가 발급됐다. 국정감사에서 이 사실이 적발됐다.

또 지난 8월 행정안전부는 최근 2년 동안(2017~2018년) 전국 지방자치단체(229개)에 제출된 2만5120건의 건축자재 시험성적서 가운데 211건의 위·변조 사례를 적발했다. 일부 시험기관은 품질검사 대행기관으로 등록되지 않았는데도 품질검사성적서를 발급했다. 시험성적서에서 정한 필수 기재 사항을 누락하는 등 시험기관의 업무 부실도 있었다.

제품, 서비스, 공정에 대한 국가·국제표준 등의 충족 여부를 실험하는 기관이 제대로 적합성 평가를 하지 않고 성적서를 발급한 사례도 최근 국정감사 및 정부감찰을 통해 적발되기도 했다.

국가표준기본법에 규정된 표준 및 계량은 각각 산업표준화법, 계량에 관한 법률이라는 개별법을 두고 있다. 반면에 적합성평가의 경우 세부 이행을 위한 개별법이 없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적합성평가 관리 등에 관한 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20대 국회 임기가 6개월이 남지 않은 지금 상황에도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묶여 있다. 다행이라면 법안 상정 9개월 만에 산자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차원에서 공청회가 개최된 것이 전부다. 공청회에서는 반드시 법안이 통과돼야 하고, 법안 제정에 반대가 없을 정도로 그 중요성이 전문가들을 통해 강조됐다. 그럼에도 최종 법안 심사는 하지 못했다.

최근 제품에 대한 안전이 강화되면서 부정·부실 시험 및 부정제품 유통 차단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 법이 미비하거나 근거가 없어 자격취소 등 행정 처분 효과가 미흡하다 보니 부정 사건이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시험인증은 1960년대 공공 영역에서 시작해 역사가 짧다. 과거에는 외국의 시험 기준을 적용했지만 기존에 없던 혁신 제품 또는 우리가 앞서 가는 제품에 대해서는 시험 기준 개발 등 시험인증을 선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제품과 혁신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시험·인증 기관의 역량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20대 국회에서 제정법이 계류되는 동안 글로벌 시험 기준과 기술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글로벌 기술 수준을 따라잡지는 못할망정 자칫 실험과 공인시험성적서를 해외에서 발급받아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제품에 대한 안전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제정법은 하루 속히 국회에서 논의하고 통과돼야 한다. 국회가 계속되는 여야 대치 상황을 끝내고 20대 임기가 끝나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금천구) hooney4u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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