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자체 브랜드) 상품을 공급받는 대형마트·편의점 등 대형유통업체 넷 중 하나가 납품업체에 부당한 반품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보단 개선됐다지만 PB거래에서의 '하도급 갑질'은 여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공개한 '2019년 하도급거래 서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PB 하도급 거래를 하는 유통업체의 23.1%에서 '부당 반품' 혐의가 확인됐다. 이 비율은 비(非) PB 거래 원사업자 부당 반품 혐의율(9.5%)의 2.4배에 이른다.
PB 거래 유통업체의 부당 위탁 취소(10.3%), 하도급 대금 부당 결정·감액(15.4%) 혐의 비율도 PB 거래를 하지 않는 원사업자(10.3%·5.8%)보다 뚜렷하게 높았다.
롯데쇼핑·이마트·GS리테일 등 대형마트·SSM(슈퍼슈퍼마켓)·편의점 분야 13개 대형유통업체에 PB상품을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 수는 2297개에 달했다.
하도급 업체당 연평균 거래 규모는 8억5000만원이었고, GS리테일(2018년 6134억원)의 PB 거래액이 가장 많았다. PB 하도급 업체 수 1위는 롯데쇼핑(703개)이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PB 상품 거래에서는 하청업체가 다른 공급 대상을 찾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불공정 거래 혐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전체 조사 대상 하도급업체의 95.2%는 “작년보다 하도급 분야에서 전반적 거래 관행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이는 작년 답변의 비율(94%)보다 1.2%포인트(p) 높아진 것이다.
하도급 대금 지급 수단 가운데 현금 결제 비율은 65.5%(거래대금 기준)로 집계됐다. 작년(62.5%)보다 3%포인트(P), 2015년(51.7%)과 비교하면 약 14%P 상승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제시한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비율은 오히려 1년 새 75.6%에서 72.2%(원사업자 조사 기준)로 떨어졌다.
성 과장은 “하도급거래 관행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 및 국내 주력산업의 경기 부진 등 비용 부담 전가 우려가 있다"며 "이에 따른 시장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수급사업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전속거래 및 PB제품 하도급 분야에서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행위 및 부당한 대금 결정 등 불공정 하도급 행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시장을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5∼9월 제조·건설·용역 업종 5400개 원사업자와 이들과 거래하는 9만4600개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