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중소 가전기업들이 탄탄한 기술력으로 만든 '에어(air) 가전'을 기반으로 싱가포르에 공동 진출했다. 싱가포르 유통 전문업체와 협약을 맺고 각 100만달러씩 수출 계약과 공동 사후관리(AS) 지원센터도 설립하기로 했다. 국내 중소 가전기업이 공동으로 해외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정부가 지원한 에어가전 지원 사업으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정부와 국내 가전기업은 향후 가전 공동브랜드를 구축하는 등 방안을 통해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공기산업진흥회는 28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헬스케어 전문기업 'dna(dna Medical supplies)'와 에어가전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수출 계약은 100만달러 규모로 총 3년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국내 중소 에어가전 기업 9곳의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송풍레인지 등 10개 제품을 dna를 통해 싱가포르에 수출하기로 했다.
dna는 싱가포르에서 의약품, 건강식품, 위생용품 등을 파는 헬스케어 전문기업이다. 싱가포르 공기질 악화로 관련 산업 진출을 위해 파트너를 물색하던 중 공기산업진흥회와 연결됐다. 싱가포르 내에 자체 판매 네트워크를 보유했기 때문에 우리 가전기업이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하기 적합한 업체다.
공기산업진흥회는 또 싱가포르 유통전문업체 'AOM(Air&Odor Management)'과 100만달러 규모 수출협약과 공동 사후지원 센터 개소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공기산업진흥회와 AOM은 내년 상반기 사후관리 센터 설립을 목표로 움직이기로 했다. 내년 1~2월 사이에 현지 인력을 국내 초빙하고 국내 제조사에서 품질·사후관리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다.
AOM은 싱가포르뿐 아니라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 판매매장을 직접 운영한다. 공기산업진흥회와 국내 중소 가전기업은 AOM 네트워크를 활용해 향후 신남방 국가로 진출을 타진할 방침이다.
에어가전은 실내·외 악화된 공기를 정화하고 평가하거나 공기를 활용해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시스템 등을 통칭한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가습기, 제습기, 공기순환기, 선풍기, 에어커튼, 온·냉풍기, 스타일러, 건조기, 청소기, 산소발생기가 대표 제품이다. 세계적으로 가파른 시장 성장세가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테크내비오(TECHNAVIO)에 따르면 세계 에어가전 시장은 2017년 164억달러에서 2023년 332억달러로 두 배 넘게 성장할 전망이다.
산업부와 전자부품연구원, 광주광역시와 함께 에어가전을 새 수출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원 사업을 벌여왔다. 산업부는 지난 7월과 8월, 광주광역시와 충남 세종시에서 에어가전 업계 간담회를 열어 국내 중소 가전업체 의견을 수립했다. 이 자리에서 국내 중소 가전기업은 중소기업 개별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점을 약점으로 짚었다. 수출국 시장 수요에 즉각 대응하는 현지 유통·물류체계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 인증에 걸리는 시간이 길면서 에어가전에 특화한 해외마케팅 지원 강화도 호소했다. 이번 수출 계약은 이후 마련된 '에어가전 수출확대 지원방안' 일환으로 이뤄졌다.
또 에어가전 판로 확대와 수출을 위해 올해 하반기 공기산업진흥회도 설립했다. 공기산업진흥회는 중소 가전기업 56개사가 회원사로 가입한 법인이다. 공기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업협력 체계 구축·운영하고, 에어가전 신제품 개발과 신규 사업 공동기획에 협력한다. 지난 8월 산업부에서 설립인가를 받은 뒤, 9월에는 법인 등기를 끝냈다. 광주광역시 에어가전혁신지원센터에 사무국을 설치하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수출계약을 이룬 기업은 디케이, 감성, 대영전자, 위니아딤채, 인아, 아이디어스, 티아이피인터내셔날, 누리오, 이드엠 등 9개 업체다. 이들 기업은 다양한 크기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송풍레인지를 수출했다.
이들 기업은 이번 수출 제품을 싱가포르 엑스포홀에서 개최되는 'SITEX 2019'에 전시하고, 현지 소비자 판매를 위한 사전체험과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SITEX는 싱가포르 최대 소비자 정보기술(IT) 전시회로 28일부터 내달 1일까지 열리는 올해 행사에는 500개 기업이 참여한다. 총 9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기산업진흥회는 이번 계약이 정부 수출지원 기관을 통하지 않고 공기산업진흥회 자체 협력채널을 활용해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 국내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해외진출 결실을 맺었다고 강조했다.
김보곤 공기산업진흥회장은 “중소 에어가전 제품 공동 해외진출이 중소기업 해외 진출 대표 성공 사례로 남기를 바란다”며 “특히 중소 에어가전 기업이 공동으로 사후관리 센터를 구축하고 신남방 국가 진출 거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중소 에어가전 기업이 싱가포르에 첫 수출계약을 이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유정열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이번 싱가포르 중소 에어가전 첫 수출계약과 공동 사후관리 센터 설립으로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면서 “우리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더 좋은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