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네트워크 접속경로 변경에 대한 방송통신위위원회의 행정 제재 정당성을 둘러싸고 소송전 2심이 시작됐다.
방통위는 페이스북 속도저하로 인한 '이용 제한'과 '현저성'이라는 법률 쟁점에 대해 새로운 증거와 논리로 대응하겠다는 목표다. 법원은 법리 해석을 위주로 가급적 신속한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이승영 부장판사)는 26일 방통위가 서울행정법원의 페이스북에 대한 행정명령 취소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 사건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기술적 쟁점이 충분히 정리된 만큼 가급적 법리해석을 위주로 진행하겠다며 방향성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여러 준비서면을 검토한 결과 사건을 이해하는데 조금 생소한 부분이 있고 어렵긴 했지만, 우리가 파악한 쟁점은 기술적 쟁점이 아니다”라며 “'제한'과 '현저히'라는 법률문구에 대한 평가와 그에 대한 처분을 두고 논의하는 데 집중이 됐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법률 해석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위해 방통위와 페이스북의 프레젠테이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의 제정 배경과 원리까지 포괄적으로 제시하며 재판부를 설득하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관측된다.
방통위 변호인은 “1심 주장 내용으로 충분히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이용제한과 현저성에 대해) 어떤 경위로 법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보완하고, 추가 증인까지 선정해 대응하겠다”고 시사했다.
방통위는 “현저성은 법률 판단이지만, 어떤 근거로 판단했느냐 부분에 대해서는 1심판단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한 부분과 관련한 보완 증거자료와 다양한 증명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데이터와 관련해서도 새로운 증거 수집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페이스북 변호인은 “지난해부터 총 7차례 이상 변론을 진행하고, 변론 종결 이후에도 추가 서면을 두 차례 내고 전문가 의견서 역시 4~5차례 제출하며 충분한 심리를 진행했다”면서 “피고(방통위) 측이 추가 자료를 낸다면 대응하도록 하겠다”며 대응방침을 시사했다. 페이스북은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법률 소급적용 문제 등 행정절차와 관련한 쟁점까지 포괄적으로 대응하며 2심에서 보다 완벽하게 승소하겠다는 의지다.
2심 재판은 '이용제한'과 '현저성'이라는 법률 쟁점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정당성을 제시하려는 방통위 측의 공격과 페이스북의 방어전 양상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재판부는 기술쟁점은 정리된만큼, 재판은 1심에 비해서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법원 인사라는 변수가 있지만 2월 중 가급적 프레젠테이션을 완료하겠다”면서 “이후 진행상황 등을 고려해 최후 변론기일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해 3월 전기통신사업법 50조에 근거해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이자,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친 것으로 판단해 페이스북에 시정조치와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이용 제한이 아니고, 그 정도도 현저하지 않았다는 페이스북 주장을 받아들여 행정제재 취소를 명령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