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IT 기업이 세계를 평정한 서비스 중에는 의외로 국내에서 먼저 시작된 제품이 많다. 페이스북 이전에 등장한 싸이월드가 대표적이다. 아이리버, 판도라TV, 다이얼패드 역시 각각 에어팟, 유튜브, 스카이프 이전에 한국에서 먼저 나왔다. 심지어 네이버도 구글보다 등장이 빠르다. 삼성SDS 사내벤처에서 네이버 모태가 되는 검색엔진 '웹글라이더'가 1997년 나왔고, 구글 전신인 백펍(BackPub)은 1998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웹사이트 주소를 영어 대신 자국어로 등록할 수 있는 '자국어 인터넷 네임(NLIA)' 역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내놓은 기술이다. 1999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태 운영기술 총회(APRICOT)에서 넷피아 전신인 인터넷비즈니스연구소(IBI)가 키워드형 인터넷 주소를 처음 발표했다. 이후 자국어 도메인 컨소시엄인 MNC 역시 국내에서 발족됐다.
2000년 한국에서 열린 APTLD포럼과 APRICOT 행사의 주요 의제는 자국어로 등록 가능한 인터넷 주소였다. 당시 중국은 c-DNS, 대만은 TH.URL. 싱가포르는 iDNS라는 기술을 선보였으나 이들은 모두 기존 도메인 체계를 따르는 멀티링구얼 DNS 방식이었다. 한국은 멀티링구얼 DNS 뿐만 아니라 키워드 방식이 모두 가능한 ngDNS(New Generation Domain Name System)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2000년 6월 비영어권 국가의 도메인 정보 교류와 미국 중심 도메인 정책 수립에서 발언권을 높이기 위한 MNC가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는 KRNIC(현 한국인터넷진흥원)과 넷피아의 이판정 대표가 MINC 설립멤버로 참여했다. 10년이 지난 2009년 서울 ICANN 정례 회의에서 '자국어.자국어' 형태를 국가 최상위 도메인으로 도입하기로 결정됐다.
넷피아는 95개 국가에 자국어 인터넷 주소를 적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미국, 멕시코, 몽골, 방글레데시, 베트남 중국, 일본, 태국 등을 포함해 10개국에 서비스 중이다. 향후 사물인터넷(IoT) 생태계가 확장되면 자국어 인터넷 네임 기술 활용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넷피아 자회사인 콤피아는 음성으로 상호명을 입력하면 해당 사이트로 직접 이동이 가능한 '꿀업'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존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를 웹사이트뿐 아니라 모든 온라인 콘텐츠로 확대한 콘텐츠네임(북마크 네이밍)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오픈 API를 적용해 향후 스마트폰 앱, 스마트TV, 차량, 키오스크 등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판정 콤피아 이사회 의장은 “넷피아는 스타트업 콤피아를 통해 모바일 시대에 필수적인 자국어인터넷네임을 확장 설계했다”며 “음성으로도 직접 모든 콘텐츠에 접속이 가능하게 했고, 더 나아가 IoT 네임까지도 직접 연결이 되게 개발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 및 우주의 모든 콘텐츠에 이름을 붙이고, 말로 한 번에 콘텐츠에 직접 연결되는 자국어 인터넷네임플랫폼을 세계화 중”이라며 “대한민국이 놓친 글로벌 서비스가 아직도 한국에 남아 있음을 보여 준다”고 덧붙였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