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플러스] 더 신속, 더 정확, 더 안전…제조업 혁신 '삼박자'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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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산업 기둥인 제조업 현장에서는 스마트공장이 단연 화두다. 특히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만드는 인공지능(AI)을 제조 공정에 적극 활용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복잡한 제품 설계나 공정 제어까지 AI가 적용될 날도 머지않았다. 성공적인 AI 접목은 제조업 활력 제고와 산업구조 혁신에 필수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국내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시장 70% 점유할 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각 공장은 수준 높은 AI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에는 웨이퍼 내 이물질이나 공정 간 결함을 분석하는 결함 조사(defect inspection) 장비를 AI 기반으로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품 검사는 사람 눈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많았는데, 요즘은 다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낼 수 있다”고 전했다.

예민하고 중요한 공정 제어, 진단 단계에서의 AI 적용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회로를 깎아내는 식각(에칭) 공정에 필수로 쓰이는 플라즈마를 제어하거나 공정이 이뤄지는 챔버 내 열을 스스로 조절하는 작업 등은 아직 더욱 많은 데이터가 축적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초미세 작업인 만큼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장비에 달아야 하는 센서도 늘어야 하고, 여기서 확보한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도 필수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천 명 규모 고급 공정제어(APC) 팀을 꾸리고 '데이터 마이닝'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도 AI는 화두다. 한 반도체 업체 대표는 “최근 생산되는 장비에는 AI 기능을 탑재하기 시작했고, 장비를 생산하는 공장도 자동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극자외선(EUV) 장비 기업인 이솔도 AI 소프트웨어 업체로 잘 알려진 수아랩과 협업해 EUV 마스크 리뷰 기능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장비 회사가 장비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소자업체에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있다. 양산에 필요한 조건 외 다양한 환경에서 실험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홍상진 명지대 교수는 “반도체 공정에서의 AI는 훈련된 범위 바깥 부분인 '데이터 스페이스'를 얼마나 잘 제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앞으로 다양한 사례가 축적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 반도체 업계에서는 자동화설계(EDA)툴에 AI를 구현하는 작업도 활발하다. 이미 자판기 등에 들어가는 칩이나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 등은 머신 러닝 기술로 비교적 간단하게 설계할 수 있다. 신용석 케이던스코리아 대표는 “PCB 레이아웃 작업은 매뉴얼로는 72시간이 걸렸지만 케이던스 AI 소프트웨어로 20분 만에 자동 설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조만간 CPU도 AI로 힘들이지 않고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계 산업에서는 공작기계 운용시스템과 첨단건설기계 분야에서 AI 요소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일본 회사가 AI 요소기술을 선제 도입하는 가운데 독일·미국 회사도 뒤따른다. 우리나라에서도 기계장비에 AI 기술 도입을 위한 시도가 이어지지만 세계 기술과는 격차가 있다.

첨단건설기계 분야에서도 AI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본 업체가 앞서 나가고 있다. 세계 2위 건설기계 업체인 일본 고마츠는 2015년 공개한 건설자동화 솔루션 '스마트 컨스트럭션(Smart Construction)'에 '머신컨트롤' 기술을 적용했다. 고마츠는 스마트 컨스트럭션에 AI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엔비디아(NVIDIA)와 협력하고 있다.

머신 컨트롤은 숙련된 굴착기 조종사가 아니더라도 설정된 작업 궤적에 따라 어려운 작업을 쉽게 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미국 캐터필러도 2017년 2차원 머신컨트롤 시스템을 장착한 굴착기 'CAT 320'을 내놓은 바 있지만 고마츠보다 기술 도입이 늦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가 AI 기술을 솔루션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머신컨트롤 수준 종합 관제 솔루션 '컨셉트-엑스(Concept-X)'를 2025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측량부터 건설기계 운용까지 전 과정을 무인·자동화한다. 현대건설기계는 자사 원격관리시스템 하이메이트(Hi-MATE)에 미국 엔진 제조사 커민스 솔루션을 적용, 굴삭기 엔진 부품 이상과 문제해결 방안이 담긴 실시간 진단리포트 서비스 상용화를 추진한다. 아마존 알렉사(Alexa)를 활용해 운전자가 음성으로 장비를 제어하는 기술도 갖췄다. 건설기계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기계 세계 1위 점유율을 가진 회사는 미국 캐터필러지만 일본 고마츠가 AI 등 스마트 기술 도입에서는 앞서나가고 있다”면서 “국내 업체도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지만 상용 제품은 머신가이던스(반자동화) 수준에 머무른다”고 밝혔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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