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4월 발생한 강원도 고성·속초산불을 고압전선 노후와 한국전력 부실시공, 부실관리 등 복합적 하자로 인한 '인재(人災)'라고 결론지었다. 한전은 전력설비에서 화재가 시작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최대풍속 18㎧ 이상 태풍이 30시간 이상 지속되는 등 불가항력적 요인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등 법적 절차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섭 한전 사업총괄 부사장은 20일 “강원 산불 발생 이후 설비·공사관리 등을 자체 점검했고 경찰 수사결과를 토대로 추가 점검을 시행할 것”이라며 “다만 지리적 특성과 당시 이례적인 강풍에 따른 불가항력적 요인 등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앞으로 진행될 법적절차에 따라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대풍속 18㎧ 이상이면 태풍으로 간주하는데, 30시간 이상 강풍이 지속됐다”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강풍으로 이 같은 지속시간은 유례가 없었던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를 존중하지만 향후 검찰 수사 등 법적 절차를 통해 불가항력적 요인 등에 대해 소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를 토대로 산불 원인을 수사한 결과 △전선 자체의 노후 △부실시공 △부실관리 등 복합적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지면서 산불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성·속초산불 원인을 수사한 강원 고성경찰서는 한전 관계자 등 9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 실화 등이다. 다만 한전 법인과 김종갑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전기 배전과 관련한 안전 관리 문제점에 대해서는 유관기관에 통보했다. 고성·속초산불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 개선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한전은 지난 5월 고성군 산불피해 비상대책위원회와 실사 협약을 체결한 후 이달 11일까지 715명에게 보상금 123억원을 지급했다. 이는 보상금으로 책정한 가용 금액(300~400억원) 3분의 1가량을 집행한 것으로 부족한 부분은 추가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한전은 법조인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심의위원회에서 자사 과실(책임) 비율 산정을 완료하면 최종 피해 보상금액을 확정한 후 개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다시 한 번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설비 안전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