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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이제는 01X 전화번호를 놓아줄 때가 됐다.

SK텔레콤의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 연내 종료를 앞두고 해묵은 '01X' 소동이 재현될 전망이다. 011·016·017·018·019 등 01X 번호를 계속 사용하게 해 달라는 이용자가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01X 번호 퇴장과 010 번호 통합정책 취지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나라 이동통신 태동기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01X 번호를 010으로 통합하는 정책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1984년 한국이동통신이 식별번호 011을 부여받아 시작된 이동통신은 1996년 신세기통신이 017을 부여받으며 규모가 커졌고, 1997년 한국통신프리텔과 한솔PCS, LG텔레콤이 PCS 사업자로 각각 016, 018, 019 식별번호를 획득하며 전면 경쟁시장으로 진입했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5개로 늘며 경쟁환경이 마련됐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이통사가 식별번호를 브랜드화, 서비스 경쟁이 저해되었던 것이다. 일례로 011 번호를 선호한 탓에 경쟁사가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경쟁없는 시장에서 피해자는 이용자, 즉 국민이다.

국가 자원인 식별번호가 사적자원이라는 오해를 초래하며 정부에 의한 관리가 점점 어려워지는 점도 문제였다.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유한한 국가자원인 전기통신번호'라는 표현을 통해 식별번호가 사유재산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2002년 1월 01X 번호를 010으로 통합하기로 결정하고 2004년 1월 010통합촉진방안을 시행했다. 15년전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010으로 통합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하게 부여했다.

옛 방송통신위원회는 2010년 9월 010통합 완료는 2G가 모두 종료하는 시점으로 최종 결정했다. 즉, 2G가 종료되면 더 이상은 01X 번호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SK텔레콤이 연말까지만 2G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 마침내 01X 번호가 역사 속으로 퇴장하는 것이다.

010번호통합과 관련해 중요 정책 중 하나는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다. 010통합촉진방안이 시행된 2004년 1월 동시 시행된 번호이동성 제도는 이용자가 이통사를 변경하더라도 기존 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경쟁을 촉진하는 동시에 이용자 편의를 도모한 것이다.

010번호통합 시작 이후 15년이 경과한 현재 01X 가입자는 약 41만 명이다. 사물인터넷을 제외한 이동전화 가입자 5616만 명의 0.7%에 불과하다.

사법부도 수 차례 010번호통합 정책 필요성을 인정하며 정부 정책에 힘을 실었다.

10월 30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인터넷 카페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회원 박 모 씨 등 633 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이동전화 번호이동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2G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01X 번호를 사용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법원은 “이동전화번호는 유한한 국가 자원”이라며 수용하지 않았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앞서 2013년에도 010번호통합정책이 국민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동통신 번호 숫자가 개인 인격이나 인간 존엄과 관련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려우며, 숫자는 사업자와의 이용계약에 관한 것일 뿐 가입자 인격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재산권이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통신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통신하고자 하는 상대방을 연결해주는 숫자 조합이 필요한데, 전기통신번호는 통신 대상, 통신망, 국가, 지역, 전기통신역무 종류 등을 식별하도록 함으로써 통신이 가능하게 한다. 이를 유한한 자원으로 국가가 관리하지 않으면 통신체계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01X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하면 약 4억개 전기통신번호를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41만 명이 이를 가로막는 것은 사회적으로 낭비라고 지적했다.



010번호통합정책 추이

01X, 아쉽지만 이제는 놓아줘야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