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과 Z홀딩스(야후재팬 모회사) 결합으로 사실상 피를 섞었다. 아시아는 물론 네이버가 길을 닦은 유럽에서도 인터넷 산업 지형도 변화가 예상된다.
라인은 일본에서 70% 전후 점유율을 가진 메신저다. 월간활성접속자수(MAU)는 8000만명을 넘는다. 일본 뿐 아니라 태국과 대만에서도 제일 많이 쓰는 메신저다.
야후재팬은 일본 최대 포털이다. 월간활성접속자수(MAU)는 5000만명 이상이다. 둘을 합치면 월간 1억3000만명이 활동하는 거대 인터넷 플랫폼이 된다.
라인과 Z홀딩스 경영통합은 당장 금융 쪽에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출혈경쟁을 줄일 수 있다. 라인은 2020년을 목표로 라인뱅크를 추진 중이다. Z홀딩스가 운영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재팬넷뱅크는 2000년부터 업력을 쌓았다.
증권가는 양사가 비용을 효율화하며 일본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2025년을 목표로 일본 사회에서 무현금결제 비중을 40%까지 늘린다. 라인과 소프트뱅크 모두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올해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렸다. 라인은 올해 2분기 모객 프로모션으로 139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에서 경쟁이 심화하는 간편결제 영역에서 양사 비용절감과 고객기반 통합을 통한 시너지가 기대된다”면서 “라인과 네이버 실적은 내년 빠른 턴어라운드를 보이고 중장기적으로 일본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해 이커머스, 핀테크, 광고 등으로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성과를 낼 전망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개발자 행사 '데뷰'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인공지능 벨트 구상을 밝혔다. 한국, 일본, 베트남, 프랑스가 거점이다. 인공지능 벨트 구성의 목표는 구글 등 글로벌 인터넷 공룡에 대응하는 것이다. 거점 역시 상대적으로 글로벌 인터넷 기업 영향력이 적은 곳을 선정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당시 “연구 벨트가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중심으로 한 미국과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중심으로 한 중국의 엄청난 기술력에 견줄 수 있는 새로운 글로벌 흐름으로 떠오를 수 있도록 청사진을 그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AI 생태계에 새로운 축을 형성하는 그림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역시 AI를 미래기술 첫 손에 꼽는다. 손 회장은 7월 청와대를 찾은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이 집중해야 할 분야는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문 대통령과 접견한 날 저녁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GIO(글로벌 투자책임자) 등 서울 성북구 모처에서 2시간 넘게 회동했다. 이날 만남이 양사 협력의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