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150여일 앞두고 여야 모두 '대통합' 또는 '선거연대'를 두고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언제나 정치권 셈법이 복잡해지지만 이번에는 패스트트랙을 올라탄 '연동형 비례제' 변수로 정치 지형 자체가 바뀔 판이다. 12월에 본회의에 부의될 선거법 개혁안이 통과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현재와는 계산법이 달라질 수 있다.
오는 17일 총선 D-150을 맞는 정치권에서 현재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대통합, 선거 연대, 각자도생 등이다. 야권에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대통합 협의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여기에 발빠르게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화답하면서 논의가 진전되는 듯 했으나 다시금 난관에 부딪친 모습이다.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은 14일 신당 추진을 공식 선언했지만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며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유승민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황교안 대표에게 보수 통합의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황 대표가 보수 재건의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는 판단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보수통합에 험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국당 내에서는 변혁과 통합을 주재할 중재자 등을 놓고 당내 이견이 분출됐다.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론자'인 유승민 의원과 통합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비박계 권성동 의원은 보수대통합추진단 단장에 내정된 원유철 의원이 중간 메신저로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 때문에 황 대표가 보수대통합이라는 난관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이자 변혁 대표를 새로 맡은 오신환 의원은 “자유한국당 안으로 우리가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낡은 집을 부수고, 새로운 보수의 집을 짓는다면 거기에는 합류할 수 있지만 현재의 자유한국당으로는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의사를 분명히 표명했다.
이 때문에 실제 보수대통합으로 가려면 '한국당' 간판을 버리고 새로운 제3지대에서 '빅텐트'로 가야 가능하다는 전망이 계속해서 나온다. 그러나 빅텐트로 가려면 황교안 대표가 '공천권'까지 모두 내려놓는 '빅딜' 없이는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한국당의 '보수 대통합'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당이 변혁 의원들의 공천을 보장하면 통합이 가능하겠지만 한국당의 '빅텐트' 구상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은 선거를 앞두고 현실적으로 각자 당은 유지한 채 '선거연대' 형식이 나올 수 있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보여줬던 방식이다. 자유한국당과 변혁의 신당이 각자의 당은 유지한 채, 여야가 팽팽하게 경합하는 지역에 한해 선거 연대가 이뤄질 수 있다. 변혁의 부산, 대구 등 지역 의원들이 수도권으로 출마하는 방식이 전망된다.
보수통합의 변수로 '안철수 전 의원'도 주목받는다. 안철수 전 의원의 선택에 따라 보수통합의 향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진보 진영의 분열도 결국 '통합'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바른정당이 빠져나간 바른미래당에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일부 의원들이 영입될 수 있다. 나머지 진보 진영은 여당인 민주당에 러브콜을 보내며 호남에서 선거연대 또는 여권 통합이 이어질 수 있다.
각 당별로 분열되면 결국 표가 분산돼 '필패'할 것이란 공식이 역대 선거 결과로 확인됐던 만큼 수도권과 호남 등에서는 언제든 통합 논의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바른정당계가 당에서 빠져나가면 손학규 대표도 자리를 내놓고 박지원 의원의 대안 신당, 정동영 대표의 민주평화당 등과 '제3지대 연합'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라디오에 출연해 “우선 바른미래당이 살길은 자강하고 당을 추스르고, 외부의 인재들로 수혈하고 당명도 바꿔야 한다”며 “중도 세력을 갈망하는 국민이 많이 있기 때문에 묘안을 짜내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