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은 5일 오후 일본 도쿄 와세대 대학교 특강에서 한일관계 복원을 위해 제2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이 진정한 신뢰와 창의적 해법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며 '문재인-아베' 선언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 국회가 선제적으로 입법으로 한일양국의 꼬인 실타래를 풀 해법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G20 국회의장 회의차 일본을 방문한 문 의장은 이날 와세다대 국제화해학 연구소 아사노 토요미 소장과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 박홍규 소장 요청으로 특강을 했다.
문 의장은 “한일 양국은 숙명적인 친구이자 동반자이며 파트너”라면서 “한일관계를 현 상황 이대로 방치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양국관계는 출구를 찾지 못하는 미로에 갇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며 외교관계에 있어서 신뢰는 관계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부연했다.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며 한국의 정치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문 의장은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며 두 가지 장면을 떠올렸다. 하나는 1963년 멀리 유럽의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20여 년 전 두 손을 맞잡은 한일 양국의 두 지도자”라고 말했다.
독일·프랑스의 화해는 지도자의 미래지향적 리더십이 큰 작용했다고 설명하며 “우리가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 핵심에 독일의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와 프랑스의 화해와 용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맺어진 양국 화해협력은 유럽연합을 탄생시키는 토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대중-오부치 선언도 한일 양국의 과거·현재·미래 꿰뚫은 두 지도자의 놀라운 통찰력과 혜안으로 탄생했다며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두 지도자 사이에 형성된 신뢰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탄생시킨 배경이라고 생각한다”며 “바로 어제 태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남을 가졌고, 한일 현안에 대해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고 양국 정상간에 공감대를 이룬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의장은 “이제 한일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입법적 노력은 의회 지도자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이유로 한국의 입법적 해법을 내놓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 등과 관련 한국 국회가 선제적 입법하겠다며 제2 김대중-오부치 선언인 문재인-아베 선언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