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복잡한 대입 전형을 단순화하고 고교학점제와 1수업 2교사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대입 3년 6개월 예고제도 임기 초 약속이었다.
하지만 임기 2년 반을 지나는 동안 대입정책에는 '혼란'만이 남았다. 여론에 휩쓸린 결과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대학수학능력평가에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는 후보시절 민주당 공약을 지키려다 대입제도 개편을 1년 유예하는 결정을 내렸다. 2015개정 교육과정 개편까지 맞물려 현 고등학교 1~3학년은 각기 다른 형태의 수능을 치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졌다.
이해관계가 얽힌 교육 문제에 대해 실마리를 풀어가고자 사상 처음으로 대입 제도를 공론화해 결정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2022학년도 대입제도이지만 이른바 '조국 사태'로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달 갑작스런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를 포함한 대입 개편' 발언으로 대입제도는 또 한번 손질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1년 동안 정시 확대는 없으며 2022학년도 대입 제도가 잘 안착하도록 하겠다고 확언해왔다. 하루아침에 교육 당국 수장의 발언과 정부 방침이 배치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전체 대입제도를 손보는 것이 아니고 일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의존도가 높은 대학에 한해 2022대입제도 틀 안에서 개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는 달랐다. 교육감협의회를 비롯해 전교조, 한국노총 등이 일제히 반발했다. 후퇴한 교육 개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백년대계 교육 정책이 여론에 의해 시시각각 변했다는 점이다. 유예-공론화-재개편에 이르는 메가톤급 변화가 불과 2년 반 만에 일어났다. 안정적인 대입 제도를 위해 공약사항이었던 3년 6개월 예고제를 넘어 대입 4년 예고제까지 도입했으나 취지가 무색해졌다.
대입 혼란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 교육 개혁 성과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을 실현하고 복마전으로 불렸던 사립유치원 투명성과 공공성을 제고한 것은 성과다. 특히 사립유치원 에듀파인 도입에 대해서는 어떤 정부도 성공하지 못했던 사립유치원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사용자 참여 공간혁신을 통해 교육의 틀을 혁신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시도도 의미 있는 작업이지만 다른 이슈에 묻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입 개혁 폭풍은 끝나지 않았다. 정부는 5일 13개 대학 학종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어 이달 말 대입제도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교부터 대입까지 이어지는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조만간 내놓는다. 당정은 2025년 자사고·외고 일괄 폐지까지 논의하기도 했다. 고교학점제를 위한 대입 개편 논의도 몇 년 내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입시제도와 관련된 개혁 시도와 그에 따른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