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두 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한다. 프로젝트 당 10명 정도 직원이 함께 협업한다. A씨는 프로젝트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다. 함께 자료를 공유하고 프로젝트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프로젝트 돌입한 지 한 달 후. A씨는 초반 대화했던 내용과 직무별 공유한 파일을 다시 확인하려 채팅방을 검색했다. 대화 내용을 찾고 팀원 간 프로젝트 진도를 체크하느라 한 시간 넘게 채팅방만 쳐다봐야했다. 초반 공유했던 자료는 더 이상 내려받기가 어려워 다시 담당 직원에게 자료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인용 메신저가 처리하기 어려운 협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 업무용 메신저 시장이 주목받는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프로젝트와 업무별 특화한 메신저를 제공, 직원 간 협업을 돕는다.
1990년대 말 개인용 이메일이 등장한 후 2000년대 초반부터 보안 기능 등을 강화한 업무용 이메일 시장이 성장했다. 2000년대 중반 개인 메신저가 각광받은 후 최근 몇 년 전부터 업무용 협업 메신저가 떠오른다. 카카오톡 등 개인용 메신저로 처리하기 어려운 다양한 업무를 기업용 메신저에서 처리하는 기업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성장세 덕분에 세계 최대 업무용 메신저 업체 슬랙은 상반기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리 상장했다. 당시 시가총액 232억달러(26조9212억원)를 기록하며 협업용 메신저에 대한 시장 높은 기대감을 입증했다.
◇해외는 기업용 메신저가 대세
기업 협업용 메신저 시장 포문을 연 서비스는 미국 '슬랙'이다. 슬랙은 슬랙테크놀로지스가 2013년 8월 출시한 제품이다. 슬랙은 2009년 컴퓨터 게임 개발 중 팀 소통과 다양한 프로젝트, 서비스 기능을 공유하기 위해 개발한 사내 서비스였다. 그러다 게임보다 슬랙이 더 유명세를 얻으며 2013년 별도 서비스로 출시, 미국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세계로 확산했다.
슬랙은 지난해 기준 100여개국 50만개 기업이 사용하는 협업 메신저로 성장했다. 포춘 100대 기업 가운데 65개 기업을 포함, 7만개 기업이 슬랙 유료 버전을 사용한다. 매출 절반은 영국, 일본, 프랑스, 인도 등 미국 외 기업에서 발생한다. 슬랙은 글로벌 사용자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 일본, 캐나다 등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했다.
슬랙 강점은 팀 프로젝트에 최적화된 부분이다. 이메일 주소만으로 간단하게 팀을 생성하고 구성원을 초대해 팀 단위 프로젝트 관리를 일사천리로 지원한다. 팀원 간 실시간 메신저, 업무자료 공유 등 협업 주요 기술을 제공한다. 팀 프로젝트가 중요한 정보기술(IT) 개발자가 많이 사용한다. 최근 슬랙은 기업 내부 직원 간 소통에서 고객사, 협업사 등 다른 기업과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쉐어드 채널' 기능을 선보여 협업 단위를 외부까지 확대했다.
슬랙이 기업용 메신저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면서 시장 성장 기대감이 커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16년 11월 '팀즈'를 선보이고 기업용 메신저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MS는 오피스365 가입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용자를 단시간에 확보, 슬랙 대항마로 부상했다. 2018년 기준 20만개 이상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스카이프, 오피스365(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MS 서비스와 연동해 업무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MS에 이어 페이스북도 페이스북 플랫폼과 비슷한 기업용 메신저 '워크플레이스'를 출시했다. 워크플레이스는 뉴스피드, 코멘츠 등 페이스북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해 이용자에게 익숙한 경험을 제공한다. 구글은 기존 개인용 메신저 행아웃을 기업용 서비스 지스위트(G-Suite)와 연계해 행아웃 챗 서비스를 선보이며 기업용 메신저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도 협업용 메신저 도입 본격화
한국IDC는 국내 기업용 모바일 협업 솔루션 시장(UC&C)이 연평균 24.5%씩 성장해 올해 1075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성장세에 맞춰 국내도 협업 메신저 서비스가 하나둘 자리 잡고 있다.
마드라스체크가 선보인 플로우가 대표적이다. 마드라스체크가 2016년 선보인 플로우는 커뮤니케이션, 일정관리, 자료 공유를 한데 모아 업무 흐름을 한눈에 파악·처리하는 협업 도구다. 국내 서비스 가운데 처음으로 프로젝트 중심 서비스를 도입했다. 프로젝트별 방을 생성해 모든 히스토리를 보관하고 신속한 실시간 그룹 소통을 지원한다. 일반 개인용 SNS와 유사한 구조로 누구나 쉽게 사용한다. 내부직원뿐 아니라 협력사와 파트너사와 시너지를 위한 연결과 협업이 가능하다. 클라우드 방식 임대형과 사내 서버 설치형 서비스를 제공해 원하는 방식으로 도입하면 된다. 플로우는 서비스를 선보인지 3년 만에 현대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하나투어 등 주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다양한 규모와 업종 회사 600여곳을 유료 고객사로 확보했다. 10만개 이상 기업 또는 팀(누적)이 사용 중이다.
토스랩이 2014년 출시한 잔디는 카카오톡, 라인, 위챗 등 인터페이스를 차용해 메뉴를 구성하고 협업 기능을 더했다. 주제별, 업무 용도에 따른 채팅 관리가 가능하다. 사내에서 사용하는 전사자원관리(ERP), 이메일, 모니터링 현황 등을 잔디에서 확인한다. LG CNS, 아워홈, 컴투스 등 국내외 18만개 이상 기업이 사용 중이다.
네이버 자회사 웍스모바일이 선보인 라인웍스는 네이버가 기존 서비스했던 캘린더, 주소록, 메일, 드라이브(클라우드) 서비스 등 강점을 모두 담았다. 라인이 주력했던 메시징 서비스 노하우를 엮어 기업용 메신저로 선보였다. 네이버와 라인을 비롯해 대웅제약, 플레이디 등 주요 기업이 도입했다.
카카오는 사내에서 이메일, 카카오톡 대신 사용하던 커뮤니케이션 도구 '아지트'를 2016년 외부에 공개하며 기업용 메신저 시장에 진출했다. 기업별 아지트를 개성하고 업무 목적에 따라 게시판 역할을 하는 그룹을 만들어 직원 간 또는 프로젝트 멤버 간 효율적 소통을 지원한다. 카카오 계열사를 비롯해 KT넥스알, 스타트업 등 2만3000여개 기업이 사용 중이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