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세계 가전 시장 1위에 올랐던 LG전자가 하반기에 다시 월풀에게 1등 자리를 내줄 전망이다. LG 가전 사업은 하반기 에어컨 판매 축소로 인한 전형적인 '상고하저' 흐름을 보이는 영향이다. 반면에 월풀은 4분기 북미 연말 할인 시즌에 매출을 최대로 끌어 올리는 전략이다.
LG전자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는 3분기 매출 5조3307억원, 영업이익 4289억원을 기록했다. 월풀은 3분기 매출 50억9100만 달러, 영업이익 6억9300만 달러를 달성했다.
3분기 평균 환율을 적용해 환산하면 월풀은 매출 6조798억원, 영업이익 8276억원을 기록한 셈이다. 3분기를 기점으로 월풀은 LG전자의 매출과 영업 이익을 모두 앞질렀다.
올해 상반기엔 LG전자 가전 사업은 매분기마다 월풀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높았다. LG전자 가전 사업은 처음으로 상반기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3분기 이후 다시 월풀이 1위를 차지했고, 4분기에 두 기업 간 매출과 영업이익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4분기 북미 가전 최대 판매 성수기인 블랙프라이데이 때문이다. 월풀은 '안방무대' 북미 시장에서 4분기 매출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을 취한다. 지난해에도 월풀은 4분기에 연중 가장 많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렸다. 월풀 실적이 전형적인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는 이유다. LG전자도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정책을 펼친다. 하지만 월풀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LG전자는 성수기 판매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고려해 무분별하게 매출을 끌어올리지 않는다.
에어컨 등 공조 사업도 LG전자와 월풀 순위를 가르는 핵심 요소다. LG전자는 1·2분기 에어컨 판매를 극대화한다. 에어컨 판매가 상반기 가전 실적을 좌지우지한다. 상대적으로 3·4 분기엔 에어컨 판매가 저조하다. 반면에 월풀은 연중 에어컨 판매가 고루 이뤄진다.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는 최근 경제 흐름도 LG전자와 월풀 간 원화 환산 기준 매출 차이를 벌려놓는데 일조한다. 올해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126원, 2분기 1167원, 3분기 1194원으로 점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 사업 전략 특성상 앞으로도 상반기에는 LG전자가, 하반기엔 월풀이 강세를 보이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LG전자 H&A사업본부와 월풀 매출과 영업이익(2019년 각 분기 평균환율 적용)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