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망·스쿨넷 등 학교 정보기술(IT) 인프라 사업이 공사로 발주해야 할 부분까지 물품이나 용역으로 발주, 관리가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보통신공사법과 조달청 고시가 제각각인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보통신공사법은 시공을 공사로 분류해 적격 심사로 발주하도록 규정하고, 조달청 고시는 정보통신공사를 포함한 용역을 허용해 협상에 의한 계약을 할 수 있게 했다.
교육청이 발주하는 학교 대상 각종 정보화 사업과 무선 인프라 구축에서도 정리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법은 스위치, 방화벽 등 정보통신 설비를 설치하거나 유지·보수에 관한 공사를 규정하고 있다. 조달청 고시에서는 정보통신 용역을 통해 일반 용역 범주 안에 정보통신 사업을 포함시켰다.
어떤 규정을 따르느냐에 따라 참여 기업 제한이 달라진다. 공사법에 따르면 지역 공사 업체들과 공동으로 참여해야 한다. 공동 도급 의무 때문이다. 그러나 용역으로 발주하면 IT 업체가 수주해서 공사 등은 하청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달청에 일반용역 관련 세부 기준에서 정보통신공사법에서 규정한 용역도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일반용역의 예시에서 학술연구용역·청소용역·시설물관리용역 등을 말하고, 정보통신용역을 삭제할 것을 덧붙였다. 건설기술진흥법이나 전력기술관리법 용역만을 제외하고 있어 법과 충돌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조달청은 수요 기관이 정보과학기술 등 집약도가 높은 사업인 만큼 용역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조달 요청을 하고 있다는 것을 용역 고수의 이유로 들었다. 수요 기관 의견과 계약 이행의 전문성, 기술성, 긴급성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또한 입찰 전 규격을 공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지방 IT 업체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공사법에 따라 발주할 경우 지역 공동 도급 의무가 따르기 때문에 지방 업체들의 비중이 높아진다.
한 지방 IT 업체는 “법까지 무시하고 공사가 아닌 용역으로 발주하다 보니 지방 업체들은 장비 구축은 하청, 케이블 공사는 재하청 방식으로 각각 참여하게 된다”면서 “지방 업체들은 하청업체로 전락해 수익은커녕 최저임금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관계자는 “소프트웨어(SW) 개발이나 장비 구입은 공사와 구분해서 발주해야 하지만 용역 형태의 한 사업으로 발주, 시공 설계나 감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발주자들이 편하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 통합 발주를 하지만 결국은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공사업체들도 제값을 받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