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재·부품·장비 산업, 장기 육성 노력 이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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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을 규제한 지 119일이 지났다. 발 빠르게 '비상' 대응에 나섰던 우리 정부도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을 통해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논박을 이어갔던 우리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도 확전은 자제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에 방문해 아베 총리와 회담하고, '양국 현안이 조기에 해결되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의 문재인 대통령 친서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가을을 맞으면서 지난 여름과는 양국 정부 온도차가 확연히 달라졌다. 한편으로는 강제징용 갈등 등 핵심 사안을 둘러싼 양국 입장차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24일 아베 총리는 이 총리와 회담 이후 문 대통령이 보낸 친서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또 가지야마 히로시 신임 일본 경제산업상은 26일 일본 정부 수출 규제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견해를 취임 일성으로 밝혔다.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양국 갈등 관계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곳곳에 산재된 셈이다.

한일 관계를 둘러싼 전망은 엇갈리지만 양국 갈등으로 인한 교훈은 확실하다. 산업의 근본 경쟁력을 좌우하는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수출 규제를 단행하면서 우리나라에게 '약'이 된 부분이라면 소재·부품·장비 분야가 재조명 받았다는 점이다. 특히 국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최초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례를 만들어냈다. 또 내년 소재·부품·장비 정부 R&D 예산은 1조7248억원으로 올해 8254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글로벌 공급사슬망(GVC)에 의존하던 국내 대기업은 국산 소재·부품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금 같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면서 산업 근본 체질을 쇄신해야 한다.

그간 우리나라는 글로벌 공급 사슬망에 의지해 발 빠르게 세계 산업 트렌드에 대응했다. 이 같은 발 빠른 대응은 메모리 반도체 등 세계적으로 기술 우위를 갖춘 제품을 만들어내는 등 성과도 만들어냈다. 반면 지금과 같이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릴 때에는 취약점이 노출되기도 한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 여부를 떠나 우리 산업의 취약점을 줄이고 경쟁력을 이어나갈 노력이 이어지길 바란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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