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천하는 도시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도시의 성장과 쇠퇴를 제대로 읽으려면 정치와 사회, 문화, 예술, 과학 등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 봐야한다. 하지만 이같은 관점의 함정은 정확한 수치적 지표가 없고, 글쓴이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최근 비교적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도시의 흥망성쇠를 살펴본 서적이 나왔다. 신간 서적 '흥하는 도시, 망하는 도시'는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경제적 관점에서 도시를 분석한 책이다.
특히 저자인 홍석준 씨는 현재 대구시 경제국장을 맡고 있는 공무원 출신이라는 점이 더 흥미롭다. 저자는 대구시 창조산업국장과 미래산업본부장을 역임하며 4차산업혁명 등 첨단산업과 대구의 경제산업 발전방향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대구라는 도시에서 20년 이상 공직에서 근무해온 저자는 도시의 흥망성쇠가 왜 그리고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 책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했다.
▲도시를 네가지 유형으로 분류
저자는 이 책에서 도시를 네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전쟁을 비롯한 물리적 파워, 중세 시대 주된 부의 원천이었던 교역, 18세기 산업 혁명 시대 이후 도시의 핵심 발전 요소가 된 경제와 산업, 지도자와 시민들의 혁신 의지가 결합된 창조적 아이디어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책에 담을 도시를 선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있다. 도시는 불가피하게 국가, 중앙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도시의 발전과 쇠퇴 요인이 도시 자체에 있는지 아니면 국가에 의한 것인가를 명확히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를 선정한 기준은 도시민의 의지와 노력이 도시의 발전과 쇠퇴의 원인이 됐던 곳으로 정했다. 시민들이 도시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지은 도시를 선택했다. 중앙정부의 권력이 강한 국가의 경우 이에 적합한 도시가 적기 때문인 듯 하다.
예를 들어 에도시대 서양과의 교류로 발달한 일본 나가사키는 서양과 교류가 도쿠가와 막부에 의해 결정됐다. 이러 도시는 대상에 빠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와 독일 등 도시 국가들이 많았던 유럽 도시들과 연방제 국가인 미국 도시들이 많이 선택됐다.
▲도시 선정기준은 도시민의 의지와 노력
'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영국 시인 윌리엄 쿠퍼의 말처럼 도시는 인간의 창조물이자 현재 인류의 주된 정주 여건이다. 과거 수메르 문명의 중심지 우르(Ur)에서 시작된 도시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영향력을 점차 증대시켜 왔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일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 세계 인구의 6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특히 한국은 인구의 90%가 도시에 살고 있다.
그러나 모든 도시가 성장한 것은 아니다. 페르시아의 수사처럼 한때 제국의 수도로써 세계를 호령하던 도시가 지금은 유적으로만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싱가포르처럼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한 곳이 세계 경제의 중심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역사를 배경 경제적 관점에서 도시 흥망성쇠 다뤄
저자는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경제적 관점에서 세계 도시들의 흥망성쇠를 살펴보고 있다. 그는 왜 도시를 역사적 배경으로 바라봤을까? 그것은 도시는 유기체적 성격을 갖고 있어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이내믹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천 년 전 동양의 최대 도시는 시안이었고, 서양에서는 콘스탄티노플 지금의 이스탄불이었다.
당시 유럽에서 인구 10만 명 이상 되는 도시는 콘스탄티노플을 제외하고는 한 군데도 없었다. 불과 400년 전만 하더라도 뉴욕과 같은 도시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같은 도시의 내부도 마찬가지다. 불과 1970년대 이전만 해도 강남이라는 존재는 서울에 없었다.
저자가 또 경제적 관점에서 도시 흥망성쇠를 다룬 이유는 경제적 측면에 비교적 객관적인 지표가 있어 도시의 흥망성쇠를 좀더 정확하게 바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홍석준 대구시 경제국장]
“독자들이 이 책을 읽다 보면 도시의 흥망성쇠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들의 이야기이고, 도시들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어떤 이론을 가지고 연역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각 도시의 개별 사례를 가지고 이 책을 썼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각 도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