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 콜라를 담은 트레이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물 흐르듯 상차공간으로 이동한다. 다른 한편에선 매장에서 집어온 삼겹살과 초밥이 후방 냉장고에서 출하를 대기한다. 기존 점포에 온라인 물류를 장착한 홈플러스 풀필먼트센터(FC)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지난 17일 방문한 수원시 홈플러스 원천FC. 겉보기엔 일반 대형마트와 다를 바 없는 출입구를 지나 계단을 한 층 내려가자 숨겨진 물류시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매장 공간이던 지하 1층은 DPS(디지털피킹시스템)이 도입된 온라인 물류센터로 탈바꿈했다.
축구장 한 개가 채 안 되는 4558㎡(약 1379평). 흔히 물류센터하면 떠올리는 큰 규모는 아니지만 시계방향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동선과 촘촘히 들어선 선반랙, 물류차량이 손쉽게 입출입하는 널찍한 후방 적재공간이 운영 효율을 극대화했다.
대형마트 4만여 상품 중 온라인 주문의 70%가 집중되는 핵심품목 3000여종이 17개 구역별로 나뉘어 빼곡히 진열됐다. 컨베이어벨트 위 트레이가 주문 상품 앞에 멈춰서면 담당 구역 피커(picker)가 상품을 담아 다음 구역으로 보내는 간단한 구조다.
정상구 홈플러스 원천FC 센터장은 “트레이에는 상품 고유 최적정보와 주문수량, 차량번호가 적힌 바코드 라벨이 부착돼 스캐너가 자동으로 인식한다”면서 “피킹이 끝난 상온 제품은 스파이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병목현상 없이 지상 상차공간으로 직행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신선식품은 영상 8도가 유지되는 후방 냉장창고에 보관한다. 거대한 냉장고 안에 들어온 듯 한기가 느껴지는 이곳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주문 상품을 피킹했다. PDA를 통해 쉽게 상품 위치를 확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준비된 상품은 특정구역에 적재했다가 배송 직전 수직반송기를 통해 상차구역으로 올려 보낸다. 분당 48개 트레이를 소화하는 수직반송기를 도입해 신선도를 유치한 채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배송 트럭도 영하 15도로 유지되는 냉장·냉동 설비를 구축해 별도 포장재 없이 반경 15㎞까지 대면 배송이 가능하다.
특히 나머지 30% 구매 빈도가 낮은 상품은 필요할 때만 매장에서 피킹해 오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매장과 물류센터가 공간과 재고를 공유하기 때문에 가능한 시너지다. 실제로 건물 지하 2층은 고객들이 드나드는 일반 매장으로, 흡사 대형마트가 물류센터를 품고 있는 구조다. 정육 등 중량 단위 상품도 따로 재고를 보관하지 않고 온라인 주문에 맞춰 매장에서 즉시 손질해 보낸다.
이 같은 물류 과정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하루 세 차례 반복된다. 일평균 처리건수는 1500건에 육박한다. 도심 속 온라인 물류에 최적화된 만큼 당일 배송율도 80%로 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무엇보다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한다. 기존 점포 공간에 원천FC를 구축하는 데 들인 비용은 60억원 남짓. 대규모 온라인 물류센터 한 개를 짓는데 통상 2000억원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적은 투자로 온라인 물류 효과를 냈다.
이처럼 각 점포를 온라인 전초기지 삼아 과도한 출혈 없이 전국 물류망을 구축하는 게 홈플러스 온라인 전략 핵심이다. 즉각적인 매출 효과도 나타났다. FC가 오픈한 두 달간 홈플러스 원천점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50% 증가했다.
정상구 센터장은 “원천점 FC 오픈 이후 온라인 배송건수가 7배나 뛰고 직원 생산효율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향후 배송 차량과 피커 인력을 확대하는 한편 물류생산성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