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스타트업, 중소·중견 기업들과 손을 잡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새로운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스타트업에 수 백만대 분량의 차량 데이터를 공유하고, 중소·중견기업에겐 수소전기차용 수소연료전지를 공급한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분야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한 상생전략이다. 한국형 친환경 미래차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15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미래 모빌리티 협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차량 데이터 오픈 플랫폼의 개발자 포털인 '현대 디벨로퍼스(Hyundai Developers)'를 출범했다. 그동안 그룹 내에서만 활용해 온 수백 만대의 커넥티드카와 정비망을 통해 수집된 차량 제원·상태·운행 등 데이터를 외부에 개방해 스타트업 등이 미래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현대차는 이날 국내 스타트업 4곳과 양해각서(MOU)를 각각 교환했다. MOU를 맺은 △팀와이퍼는 위치정보, 원격제어를 통한 출장 세차 서비스 △마카롱팩토리는 차량 데이터 입력이 자동화된 차계부 서비스 △오윈은 위치 정보를 활용한 음식·음료의 픽업(Pick-up) 서비스 △미스터픽은 차량 데이터로 신뢰도 높은 중고차 평가·거래를 지원하는 서비스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또 버스 제작사인 우진산전·자일대우상용차·에디슨모터스 등과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하기 위한 협의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이 공급하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활용해 국내 중소·중견 버스 제작사들이 자체적으로 수소전기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수소전기버스가 다른 친환경 버스 대비 상대적으로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데도 유리할 전망이다. 또한 부품 국산화율이 높아 산업 연관효과도 크다. 전동화·자율주행차는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작다는 특성이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과 상생하는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할 것이며, 우리는 이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현대 디벨로퍼스(Hyundai Developers)'는 현대차 고객과 스타트업을 비롯한 제3의 서비스 업체를 연결하는 일종의 플랫폼으로 차량 오픈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대 고객 서비스 및 상품 개발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스타트업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 가입자 중 현대 커넥티드카 고객은 기존 현대차 계정 연동만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김기풍 마카롱팩토리 대표 “지금까지는 누적 주행거리, 차량 제원 정보 등을 고객이 입력하지 않을 경우, 주행거리 기반 연비, 소모품 교환 등 정보 제공이 어려웠는데, 차량 데이터 연동을 통해 보다 완성된 서비스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외에도 △캐롯 손해보험이 주행 거리에 맞춰 산정하는 자동차 보험 서비스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안전 운전 습관을 반영한 자동차 보험 서비스 추진하는 등 차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동차 보험 시장의 혁신도 준비되고 있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자동차, 제네시스도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 확대 차원에서 비슷한 형태의 차량 데이터 오픈 플랫폼을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술연구소에서 △수출형 수소전기트럭 △수소전기청소트럭 △포터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우선 국산 수출형 수소전기트럭은 내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스위스에 총 1600대가 수출될 예정이다. 향후 다른 국가로도 진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
중형 수소전기청소트럭은 적재하중 4.5톤으로 1회 충전 시 60㎞/h 정속 주행으로 599㎞(자체 공차 기준)를 운행한다. 또 연말 출시 예정인 포터 전기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약 200km(자체 공차 기준)에 이른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