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인터넷은 2014년 전국망 상용화 이후 약 5년 만에 1000만 가입자 돌파가 임박했다. 100Mbps급 인터넷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늘어 전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기가인터넷은 사물인터넷(IoT) 융합 서비스, 고용량 게임과 전용 콘텐츠 등장 등 인터넷 소비 행태 변화를 주도했다.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지위를 유지하고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할 수 있는 근간이 됐다.
그러나 가입자 1000만 시대를 맞아 전반적인 정책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130만 노후 아파트는 물론이고 기가인터넷 사각지대인 일반 주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와 사업자가 협력해 야심차게 선보인 10기가인터넷은 가입자 증가세가 더딘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이를 통한 네트워크 산업 선순환, 정보화격차 해소 등이 4차 산업혁명 가속화를 위한 선결 과제다.
◇130만 아파트는 사각지대
국토교통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 가구는 939만 가구다. 이 중 약 13.8%인 130만 가구에 기가인터넷 기반이 구축돼 있지 않다.
이들 가구는 모두 노후·임대아파트로 파악됐다. 상당수 노후 아파트는 오래 전 건축됐기 때문에 기가인터넷 기반이 없을 수 있다. 일부 임대아파트는 분양 주체가 기가인터넷 기반을 구축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근까지 기가인터넷 기반이 구축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통신사는 통신 인프라를 구축할 때 투자 대비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정 지역에서 예상 가입자가 적거나 인프라 구축 비용이 과다하게 예상될 경우엔 구축을 포기하게 된다.
노후화가 심해 선로 개설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가 경제성 논리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네트워크 전문가는 “조사 범위를 전국의 일반 단독주택·연립주택으로 확대하면 기가인터넷 기반이 없는 가구 수는 많아질 것”이라면서 “정보화 환경 변화는 빨라지는데 기가인터넷 기반 미구축으로 정보화 격차가 심화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까지 '기가인터넷 커버리지 95%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 상태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와 통신사, 머리 맞대야
기가인터넷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와 통신사가 새로운 정책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선로 개설이 어려운 지역에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고정형무선접속(FWA)이 대안이 될 수 있다.
5G로 유선을 대체, 가정에 기가급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노후화가 심하거나 물리적으로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경우에 적합하다. 보급이 늘면 광케이블 대체 효과가 커지면서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버라이즌에 장비를 공급한 만큼 기반 기술은 확보한 상태다. 대·중·소 장비 제조사나 디바이스 전문업체, 통신사 모두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버라이즌은 5G 서비스에 28㎓를 사용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3.5㎓를 사용하는 만큼 검토할 부분이 적지 않다.
3.5㎓ FWA 장비 개발은 물론이고 기가인터넷 만큼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3.5㎓가 아닌 28㎓ 대역을 활용해야 하는지도 논의해야 한다.
수익성이 이슈라면 통신사와 케이블TV 공동구축을 활성화해야 한다. 3년 전 KT와 SK브로드밴드, CJ헬로비전(현 CJ헬로)이 전국 임대아파트 기가인터넷 공동 구축에 협의하고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선로를 1개만 설치하고 공동 사용하는 방식으로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사업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후속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형태의 협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 구리선으로 기가급 인터넷 속도를 낼 수 있는 기가와이어 기술 적용 확대도 정책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기가인터넷, 왜 중요한가
기가인터넷은 멀티미디어 확대에 따른 인터넷 트래픽 증가에 대비한 인프라다.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은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지속적으로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단순한 웹서핑을 넘어 초고화질(UHD) 방송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콘텐츠,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동영상 소비, 자율주행차 등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기가급 이상 유선 인프라가 필수다.
기가인터넷에 대한 기대는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기가인터넷 보급 지역이 타 지역 대비 소득 1.1% 높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은 기가인터넷 전국망 구축이 완료되는 2024년 영국 경제 총 부가가치가 28조4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1998년 초고속인터넷을 상용화한 지 13년 만인 2011년 CJ헬로비전(현 CJ헬로)이 첫 기가인터넷 상용 서비스를 출시했다. 3년 후인 2014년에는 KT를 필두로 통신 3사가 기가인터넷 전국망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간한 '기가인터넷 기반구축 사업 9년간의 발자취' 백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 3분기까지 기가인터넷 설비투자(CAPEX)에 따른 생산유발액은 13조6724억원으로 분석됐다. 취업 유발인원은 약 3만8000명, 직접고용 인원은 약 3만명이다.
이뿐만 아니다. 기가인터넷은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강국 지위를 유지하는데 중요 역할을 담당해왔다. 또 우리나라가 초고속인터넷과 기가인터넷을 비롯한 앞선 통신망으로 경제 성장을 일구고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되고 있음은 해외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샘 팔트리지 박사는 “한국은 과거 IMF 위기 당시 과감한 브로드밴드 투자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IMF를 슬기롭게 돌파했다”면서 “이제 10기가인터넷을 비롯한 새로운 지능형 초연결망으로 디지털 경제를 열어갈 시점”이라고 밝혔다.
네트워크 전문가는 “6G, 7G 등 이동통신이 진화할수록 고주파 사용에 따라 트래픽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유선 인프라도 이에 맞춰 지속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면서 “기가인터넷 사각지대를 없애고 ICT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해 기가인터넷에 투자와 관심을 늘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