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핀테크 기업 체크아웃닷컴은 20억달러의 기업 가치로 올해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
우리는 최근 '페이'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신용카드는 물론 잘 알려진 '페이팔', 스마트폰에서 운영되고 있는 애플페이·구글페이·삼성페이 등 전자지갑을 통한 다양한 지불 수단이 있다. 앞 글에서 소개한 핀테크 회사 제공의 클라르나와 지로페이, 유로존 28개국의 표준 국제 간 지불·결제 수단인 세파(SEPA), 중국의 알리페이, 동남아의 그랩페이, 우리나라의 카카오페이 등 수많은 모바일 페이가 존재한다.
일부 상점은 시험 삼아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받아 주기도 한다. 이제 어떤 사업을 하든 지구촌 고객으로부터의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지불 수단을 수용해야 다양한 고객에게 물건을 팔 수 있다.
전 세계에는 200종이 넘는 화폐가 유통되고 있다. 한 예로 미국 페이팔 사용자가 한국 온라인 상점에서 구매할 경우 달러를 우리나라 화폐로 가능한 수수료를 적게 내고 환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판매자 고민을 해결해 주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가 체크아웃닷컴이다. 고객에게 다양한 지불·결제 수단으로 물건을 팔고, 가능한 한 빨리 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실제로 빠른 경우 30초 이내에 대금이 입금되게 해 준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불법거래 탐지 등 기능도 수행한다.
체크아웃닷컴은 2009년 '오푸스 페이먼트'라는 이름으로 스위스 출신 창업자 기욤 푸사즈에 의해 설립됐다. 푸사즈는 수학을 공부하러 로잔대를 들어갔지만 3학년 때 수학에 흥미를 잃고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말기 췌장암 진단에 충격을 받아 학기말 시험에 실패하면서 학업을 포기했다. 서핑이 취미이던 푸사즈는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서핑 천국인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우연히 지불결제 회사에 취직해 주당 70~80시간 일을 하면서 이 분야 전문가가 됐다. 그리고 2007년 '넷머천트'라는 회사를 파트너 한 명과 공동 창업했다.
이는 신용카드 회사가 부가하는 해외 사용 수수료 2%를 절약해 주는 서비스였다. 유럽 고객이 신용카드로 대금을 지불하면 넷머천트는 유로를 그대로 판매자에게 지급한다. 이때 판매자가 자신의 주 거래은행에서 우대 환율로 달러를 환전하면 신용카드 회사가 부여하는 2%의 수수료도 없고 환율도 우대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2009년 푸사즈는 공동 창업자와 헤어지고 종합 기술 솔루션 회사 비전으로 오퍼스페이먼트를 창업했다. 기존 핀테크와 금융 회사가 영어권 시장에 집중한 반면에 그는 중국 시장에 주목했다. 신용카드사나 중개업자 수수료와 과도한 환차 손실을 덜어주겠다고 제안하면서 홍콩의 첫 대형 고객을 확보했다. 이를 계기로 회사는 1년 이내 흑자로 전환했다.
2009년 유럽연합(EU)이 지불결제 정보 공개를 명하는 지급서비스지침(PSD)이 시행되자 싱가포르에서 운영하던 회사를 핀테크 메카인 영국 런던으로 옮겨와 2012년 지금의 체크아웃닷컴으로 개명했다. 2017년에 늘어나는 미국 고객에 부응하기 위해 미국으로도 확대, 진출했다. 올해 5월 유럽에서는 핀테크 분야 최대 금액의 투자를 받으면서 유니콘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번 사례는 중국의 부상과 EU의 규제 환경 변화 등을 먼저 읽고 남과 다른 시장의 기회를 탐색한 창업가의 기회 포착과 전략 선택의 중요성을 보여 줬다. 또 핀테크로 성공하려면 핀테크 생태계가 발달한 도시에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