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부품 협력사 TF 구성…스마트폰 ODM 확대 공동 대응

삼성전자가 제조업체개발생산(ODM) 방식 스마트폰 출시 확대를 추진하자 국내 스마트폰 부품 업체가 본격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협력사 단체인 협력회사협의회(협성회)는 지난달 TF를 구성했다.

이 TF는 삼성전자 ODM 확대 전략에 따른 향후 사업 방향과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주요 부품별 분과가 구성돼 ODM 제품과 시장 분석 등을 진행 중이다.

삼성 협력사들이 뭉쳐 TF를 만든 건 이례적인 일이다. 한 부품 업체 관계자는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TF를 접하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ODM 확대가 미칠 파장이 그 만큼 크기 때문에 협력사들이 머리를 맞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몇몇 협력사는 삼성 폰을 외주 생산하는 중국 ODM 업체와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는 이미 협의를 시작했고 중국 ODM 업체 쪽에서도 한국 부품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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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ODM으로 만든 갤럭시A10s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ODM으로 자체 생산 때보다 8% 정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으로선 가격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중국 등 저가 스마트폰 중심의 시장에서 점유율 회복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ODM은 제조사가, 즉 삼성 대신 스마트폰을 만들어주는 업체가 개발과 생산을 주도하는 모델이다. 외주 업체가 제품 설계와 부품 조달, 조립 등을 모두 담당하기 때문에 기존 삼성과 거래하던 국내 부품 업체 입지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 협력사가 TF를 구성하고 ODM 업체와 거래 모색에 적극 나선 건 삼성의 ODM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인식이 깔렸다.

한 협력사 대표는 “공장을 완전 철수할 정도로 삼성도 중국에서 경쟁이 힘든 상황 아니냐”며 “특히 저가폰은 가격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삼성이 ODM을 추진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 기회를 기다리지 않고 적극 찾아 나서겠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또 다른 부품업체 대표는 “삼성 협력사는 대부분 베트남에 공장을 두고 있어 중국 부품사보다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경쟁력을 강화하면 삼성도 자체 생산 물량을 다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ODM 업체에 국내 부품 협력사를 소개하고 양사간 협력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이자 국내 스마트폰 산업을 사실상 홀로 이끌고 있는 삼성발(發) 변화의 파고를 국내 부품 업계가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내년 6000만대 정도를 ODM 방식으로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가 호조를 띠면 규모는 8000만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 6000만대~8000만대는 당초 업계에서 알려진 '1억대 이상'보다는 적은 규모다. 삼성전자는 올 연말까지 약 3000만대를 ODM 생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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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철수를 결정한 중국 후이저우 공장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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