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게임사가 힘을 쏟는 핵심 타이틀 출시가 예고됐다. 중량감 넘치는 작품이 연말까지 촘촘히 출시됨에 따라 중소 게임사는 신작 출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몸 사리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작은 풍성한데 중견·중소기업 신작 라인업은 빈약한 4분기가 될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부터 4분기 국내 게임시장 판도를 좌우할 대작이 속속 나온다.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달빛조각사'가 오는 10일 출시된다. 11월 7일에는 넷게임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V4'가 시장에 나온다. 12월에는 '리니지2M' 출시가 예정돼 있다. 리니지2M 정식 출시일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는 11월 말에서 12월 초로 예상한다. 연내 출시 계획을 잡아놓은 넷마블 '세븐나이츠2'까지 가세할 경우 100일이 채 남지 않은 올 연말은 그야말로 대작 전쟁이 벌어지는 셈이다.
반면에 이 같은 대작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를 제외하면 12월 말까지는 전체적인 신작 라인업이 빈약하다. 중견기업이 무리하게 신작을 출시해 대작 등쌀에 묻힐 바에 조금 다듬어 내년을 노린다는 전략을 펴기 때문이다. 메이저 빅3 게임사와 카카오게임즈 마케팅 경쟁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거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대작 MMORPG에 이용자가 몰리는 국내 시장 특수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10개 중 7개가 MMORPG다. 아이지에이웍스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모바일게임 매출에서 MMORPG가 차지하는 비중은 62.6%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나머지 장르는 등한시된다. 또 거의 모든 게임사가 MMORPG를 만들기 때문에 비슷한 콘텐츠를 담은 대작과 마케팅 장외 대결이 부담스럽다. 신작을 미룰 수밖에 없다.
당장 4분기 MMORPG가 아닌 장르 게임은 네오위즈가 스팀 플랫폼에 출시할 '아미앤스트레트지'와 한빛소프트 '도시어부M', 게임빌 'NBA나우' 정도다. 낚시와 농구처럼 틈새시장을 확실히 노릴 무기가 있는 게 아니면 대작과 대결은 피하고 싶다는 계산이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최선을 다해 만든 게임이 노출되지 않을 때 가장 가슴 아프다”며 “대작이 광고 채널과 슬롯을 가져가기 때문에 게임 자체 완성도뿐 아니라 시기도 눈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작이 계속 생산되는 현상이 우리 게임 산업 고도화 방증이며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한편, 산업 전체 건전성 측면에서 양극화가 극도로 심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 시장 매출 60% 이상을 차지하는 MMORPG 성장은 곧 국내 게임 시장 성장과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한 게임사 관계자는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한 MMORPG에 모두가 집중하다 보니 장기적으로 게임산업 전체 경쟁력이 떨어지고 대규모 마케팅과 이벤트가 가능한 대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