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성장률 전망 오차 '1%P 육박'…정부 예측 실패, 국민만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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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경제 예측 능력 부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제성장률, 취업자 증가폭 등 주요 경제지표에 대한 정부 전망치가 실제와 크게 어긋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하게 변하는 국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오차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제 예측 실패가 부적절한 정책 추진, 국민 세 부담 증가, 정부 신뢰 저해 등을 야기하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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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전망 오차 1%P 육박…취업자 증감은 '과소·과다' 들쭉날쭉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은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2% 안팎으로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모두 올해 한국 성장률을 2.1%로 낮춰 제시했다. 이에 앞서 한국경제연구원(1.9%) 등 일부 기관은 1%대 성장을 전망해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2%대마저 깨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한 차례 하향 조정한 수치마저 달성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당초 2.6~2.7%를 제시했다가 최근 2.4~2.5%로 하향 조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 달성도 쉽지 않음을 인정했지만 전망치 수정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 오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0년(2009~2018년) 동안 정부가 제시한 전망(전년 말 또는 당해 연도 초에 제시한 수치 기준)과 실제 성장률(국가지표체계 기준)을 본지가 비교한 결과 오차는 평균 0.96%P였다. 최근 성장률이 2~3%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1%P에 가까운 오차는 결코 작은 수준이 아니다.

정부의 2009년 성장률 전망은 '3% 내외'였지만 실제로는 0.8%에 머물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성장률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2008년에 성장률 오차(전망 4.8% 내외, 실제 3.0%)가 컸기 때문에 이듬해에도 예측이 크게 틀린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2012년까지 성장률 오차가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 2010~2011년에는 '5% 내외'를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각각 6.8%, 3.7%를 기록했다. 2012년에는 3.7%를 내다봤지만 2.4%에 머물렀다.

2013년에는 오차가 0.2%P(전망 3.0%, 실제 3.2%)로 좁혀졌다. 그러나 2014년 0.7%P(전망 3.9%, 실제 3.2%), 2015년 1.0%P(전망 3.8%, 실제 2.8%), 2016년 0.2%P(전망 3.1%, 실제 2.9%), 2017년 0.6%P(전망 2.6%, 실제 3.2%), 2018년 0.3%P(전망 3.0%, 실제 2.7%) 오차를 기록하는 등 예측은 계속 어긋났다.

10년 동안 전망치가 실제보다 낮게 제시된 것은 2010년, 2013년, 2017년 세 차례 밖에 없어 '장밋빛 전망'이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고용 관련 주요지표인 '취업자 증감'도 전망과 실적 간 오차가 컸다.

최근 10년 동안 정부가 제시한 전망(전년 말 또는 당해 연도 초에 제시한 수치 기준)과 실제 성장률(국가지표체계 기준)을 비교한 결과 오차는 평균 14만3400명 차이가 났다.

최근 10년 동안 오차가 가장 컸던 것은 작년으로, 정부는 취업자 수가 월평균 32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9만7000명 증가에 그쳤다. 오차가 가장 적었던 때는 2013년이다. 정부는 32만명 증가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34만5000명 증가를 기록했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낙관적인 경향을 보인 반면, 취업자 증감폭은 과소·과다 전망이 혼재돼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10년 중 정부 전망보다 취업자가 많이 증가한 것은 여섯 차례, 적게 증가한 것은 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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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 어려운 일이지만…“큰 오차, 국민 손해로 이어져”

정확한 경제 전망은 워낙 어려운 일이라는 게 업계 공통 평가다. 1년 동안 국내외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올해는 미중 무역 분쟁 심화, 일본의 수출규제 등 예상하기 힘든 대외 변화가 많았다는 평가다.

경제 성장률을 두고 정부는 세계 성장률 전망이 바뀌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에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큰 만큼 세계 성장률 전망을 기초로 연간 전망치를 제시한다. 주로 참고하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인데, IMF 역시 1년 동안 몇 차례 전망치를 수정한다. 실제로 지난 7월 IMF는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2%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매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내놓을 때 세계 성장률을 가장 먼저 제시하는 것은 이것이 기초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전망의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의 오차 수준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0년간 평균 오차인 성장률 1%P, 취업자 증감폭 14만3400명은 경제정책을 중도에 대폭 수정해야 할 만큼 큰 수준이라는 평가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경제 전망 실패가 효과적인 정책 추진을 저해하고, 결국 국민 손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성장률 전망을 '장밋빛'으로 설정했을 때 국민이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분야는 세금이다. 정부는 성장률 전망을 기초로 국세수입 예상액을 설정하는데, 경제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아 세금이 덜 걷히면 계획했던 정책 추진을 위해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은 적극적 정책 추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어떤 수준을 달성 하겠다'가 아니라 '이 정도 달성될 것이다'라고 판단하고 정책을 소극적으로 추진하면 전망치에 미달할 수 있다”면서 “경제 상황이 나쁜데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정책 처방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경제 전망 실패는 기업 경영계획 수립 등 경제활동에 혼란을 야기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실제로 기업들은 정부 전망 뿐 아니라 여러 기관과 민간 연구소의 전망을 함께 고려해 경영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숫자는 '전망치'라기보다 '희망을 담은 목표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연구소 등과 비교해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이 대개 높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도 일정 부분은 인정하는 모습이다. 1년 동안 추진할 정책이 낼 기대 효과, 정부가 제시한 전망치에 대한 국민·기업 심리 등 다양한 부분을 종합 고려해 전망치를 내놓는다는 설명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 정부가 비관적인 전망치를 내놓으면 국민·기업의 경제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정부가 가능한 실제와 가까운 전망치를 제시하고, 여기에 기초해 정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성 교수는 “정부의 전망치는 경제 성장률 뿐 아니라 다른 지표에서도 낙관적으로 제시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전망치를 되도록 정확히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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