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통신사에 보낸 서한에 명시한 부정당제재 효력 발생 시점은 10월 초로 알려졌다.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이날부터 내년 4월 초까지 6개월간 공공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올해 4분기 이후 공공 분야에서는 500억원 규모 전라선 KTX 철도통합망(LTE-R)과 600억원 규모 경부선 LTE-R 2단계, 250억원이 투입되는 9호선 LTE-R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광주와 울산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사업도 발주된다. 경찰청 통합망은 일부 지방경찰청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행정기관은 국가정보통신서비스 4.0(GNS 4.0)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통신사가 6개월간 주요 사업을 등한시할 가능성은 전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사 유불리를 계산, 부정당제재 효력정지 가처분소송을 낼 공산이 크다. 이는 정보통신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다.
가처분소송은 부정당제재가 무효하다는 본안소송을 위한 첫 단계다. 소송 제기 약 2주 이후 가처분소송 인용이 결정되면 부정당제재 효력은 잠정 중단되고, 본안 소송이 시작된다.
본안 소송은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된다. 이 기간 사업자는 필요한 입찰에 참여하고 중요 공공사업이 없는 시기에 소송을 포기, 부정당제재를 이행한다. 법률을 이용해 부정당제재 시기를 조율하는 편법인 셈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소송을 통해 부정당제재 시기를 조절하는 건 여러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부정당제재 기간이 1년 이상이었다면 시기 조율이 의미가 없었을 텐데 6개월인 만큼 통신사가 가처분소송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편법이 제재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얼마든지 시기 조절이 가능한 만큼, 상황에 따라 최대 이익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건설 업계에선 가처분소송과 본안소송이 이뤄지는 기간 동안 수조원의 입찰을 따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물론 가처분소송이 인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입찰담합의 경우 12건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뤄진 만큼 법원이 통신사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10월 초부터 제재가 시작되는 만큼 통신사는 선택지가 넓지 않다.
통신사는 리니언시를 통해 자백을 한 통신사가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잘못을 시인해 과징금과 제재에 대한 경감을 받았으면서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양심을 속이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통신감리업체 관계자는 “통신사는 공공사업 비수기인 연말부터 내년 1분기에 부정당제재가 시작되길 원할 것”이라면서 “무분별한 가처분소송 인용이 사라져야 부정당제재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