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인터넷은행 재점화…“소상공인 금융 vs 건전성”

'제4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지난 2023년 정부가 신규 진입 허용을 발표한 이후 약 18개월 동안 다양한 컨소시엄이 나섰지만,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예비인가에서 4곳을 모두 탈락시켰다. 6일 국회에서 열린 '중단된 제4인터넷뱅크, 재추진 필요한가' 토론회에서는 재추진 공감과 함께 실효성과 건전성을 둘러싼 의문도 동시에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신규 인터넷은행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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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된 제4인터넷뱅크, 재추진 필요한가?' 토론회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송민택 한양대 교수가 '인터넷전문은행 성과와 평가 및 제4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진행절차 평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 '공급 부족'인가 '구조 문제'인가

제4인터넷은행 논의의 출발점은 소상공인과 중저신용자 등 금융 사각지대에 있다. 소상공인은 약 554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들 금융부채는 약 1000조원 규모로 추정되며, 은행권에서만 약 460조원이 공급돼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3사의 지난해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약 7조원 수준으로 전체 여신의 약 8%에 불과하다. 송민택 한양대 교수는 “인터넷은행이 금융 접근성과 경쟁 촉진에는 기여했지만, 소상공인 금융 공급 측면에서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가계대출 중심 구조가 고착되면서 소호 금융으로 확장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 금융은 여전히 접근성이 낮고,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차주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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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된 제4인터넷뱅크, 재추진 필요한가?' 토론회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송민택 한양대 교수가 '인터넷전문은행 성과와 평가 및 제4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진행절차 평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한국신용데이터도 소상공인은 담보·보증 중심 금융이나 정책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인묵 한국신용데이터 이사는 “현재 은행은 개인사업자를 사업이 아닌 개인 신용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 데이터 기반의 '소호 스코어'와 같은 새로운 신용평가 체계가 필요하다”며 “업종별 리스크를 세분화하고 미래 현금 흐름을 반영하면 소상공인 금융도 건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상공인 금융을 '공급 부족'으로 보는 시각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여은정 중앙대 교수는 “자영업자 대출은 다양한 정책금융과 민간 금융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며 “은행은 예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산업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데, 소상공인 대출 비중을 확대할수록 부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취약계층 중심 대출은 구조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인터넷은행들도 가계대출을 통해 리스크를 보완해 왔는데, 현재처럼 가계대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신규 은행이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4인터넷은행 '전원 탈락'…인가 기준 논란

지난해 예비인가에서 모든 컨소시엄이 탈락하면서 정책 신뢰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신규 진입 허용 방침을 먼저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약 18개월간 컨소시엄 구성과 자본 조달 등을 준비했으나 모두 탈락했다.

금융당국은 '건전성 확보'를 중시하는 입장이다. 이종진 금융감독원 팀장은 “은행은 안정성과 공익성이 핵심인 산업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 피해를 넘어 금융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예비인가 탈락은 혁신성 부족이라기보다 초기 자본 조달의 안정성과 건전성 측면에서 리스크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시점에서 필요한 특화 은행이 무엇인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역시 인가 재추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성빈 금융위원회 사무관은 “제4인터넷은행은 금융 소외 계층에 대한 자금 공급 상황, 은행업을 영위할 수 있는 사업자의 적합성, 금융시장 경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현재 인터넷은행 3사가 사회적 요구를 충족하고 있는지, 개인사업자와 지방 기업에 대한 여신 공급에 제도적 한계는 무엇인지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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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된 제4인터넷뱅크, 재추진 필요한가?' 토론회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좌장을 맡은 김재구 명지대 교수(왼쪽에서 네 번째)가 패널토론을 주재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제4인터넷은행은 '새로운 금융 인프라'인가

제4 인터넷은행의 역할을 두고 시각이 엇갈렸다. 은행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게 아니라 기존 금융권이 놓친 부분을 담당하는 새로운 인프라로서 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현재 금융은 특정 산업이나 초기 기업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정부 자금이 끊기면 생태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자금 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여 교수는 “은행은 예금을 기반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산업으로 안정성과 건전성이 핵심”이라며 “임팩트 투자나 모험자본 공급 기능까지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은행 비즈니스 모델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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