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용 웨이퍼 이송 로봇 시장에 한류 열풍이 거세다. 미국과 일본 기업 독점 구도를 깨고 국산 기술로 세계무대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수원에 위치한 라온테크다.
라온테크(대표 김원경) 본사에는 반도체용 웨이퍼 이송 로봇이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진공 챔버 속에서 작동하는 로봇이다. 대기 환경에서 건네받은 웨이퍼를 식각·증착 공정 챔버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시간당 최대 200매 상당 웨이퍼를 운반한다. 전통적 강자 미국, 일본 제품보다 25%가량 빠른 속도다. 로봇 팔은 총 4개다. 라온테크 특허 기술이 접목됐다. 기존 제품은 로봇 팔이 하나뿐이다. 팔 하나에 포크 두 개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이송 속도를 높인다. 팔 하나씩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 라온테크 제품에 비해 정교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로봇 팔을 창의적으로 설계했다. 팔에 힘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벨트 대신 기어, 연결 구조(링크)를 채택했다. 공장 관계자는 “국내외 다수 업체가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끝내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을 만큼 어려운 기술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200~300mm 둥근 웨이퍼를 다음 공정으로 운반하는 데 오차율은 0.05mm 이하다. 벨트 방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오차율이 높아진다.
주요 고객사는 반도체 장비회사다. 주성엔지니어링, 테스, 원익IPS, AP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중국 수출도 시작했다. 내년에는 미국으로 판로를 넓힌다. 이 로봇은 라온테크 매출 30%를 책임진다.
공장 한 켠에는 챔버 생산 시설이 자리잡고 있었다. 라온테크는 일반 대기 환경에서 사용하는 로봇에서 챔버, 로봇 소프트웨어(SW)를 모두 직접 만든다. 고객 맞춤형 로봇과 관리 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다. 이 같은 강점은 스마트팩토리 시장에서 각광받는다. 공장 상황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관절 스마트 로봇 '델타로봇'이 야심작이다. 제약 공장에 먼저 도입됐다. 델타로봇은 식품, 음료, 제약, 포장을 비롯한 고속, 대량 생산 작업에 투입된다.
디스플레이용 글라스 이송 로봇도 선보였다. 글라스 크기에 따라 다양한 형태 로봇 라인업을 구성했다. 글라스에 대한 국내외 기업 투자가 줄면서 로봇 생산 가동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지만 로봇과 자동화 모듈 기술력은 세계 수준이다.
이처럼 앞선 기술력에 불구, 직원들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일본 수출 규제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은 피해가 없지만 부품 국산화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라온테크 로봇 국산화율은 80%다. 20%는 외산에 의존한다. 이중 18%를 일본 부품이 차지한다. 모터와 모터에 힘을 가하는 감속기를 일본에서 들여온다. 김원경 라온테크 대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칩 메이커 업체 경쟁력은 세계 1등이지만 국내 장비회사 글로벌 점유율은 10%에도 못 미친다”면서 “국내기업으로 이뤄진 산업 생태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온테크는 2000년 문을 열었다. 지난해 기준 매출 243억원, 직원 수 77명을 기록했다. 매출에서 8~9%를 연구개발(R&D) 투자비로 쓴다. 직원 30%가 R&D 인력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이노비즈 인증을 2013년 5월에 받았다. 기술·사업화·경영 부문 혁신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다. 2016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로봇대상 시상식에서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올 한해 전망은 어둡다. 반도체 경기 침체 여파다. 내년에는 올해 대비 80~90% 성장할 목표다. 호재가 많다.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육성 정책이 대표적이다. 완성된 반도체를 보호하는 패키징 공정용 로봇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 상반기 중 기술상장 특례도 신청, 코스닥 시장에 진출한다. 김 대표는 “기술 차별화를 추구하는 온리원(only one) 전략을 쓰고 있다”면서 “반도체 분야 진공 로봇만큼은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