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투자자가 스타트업, 벤처기업 등 비상장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성장투자기구(BDC)' 청사진이 나왔다. 벤처투자 시장이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다만 비상장 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6일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 간담회'를 개최, BDC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NH투자증권, SK증권, DS자산운용, KB인베스트먼트 등 업계 관계자들이 모였다.
BDC는 비상장기업 전문 투자기구다. BDC는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일단 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이 과정에서 조달한 자금을 비상장 기업과 코넥스 상장기업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비상장 기업은 상장 기업과 달리 공개된 정보가 없고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 개인 투자자가 투자하기 어려운 이유다. BDC가 설립되면 우수한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BDC가 선별하기 때문에 일반인의 비상장기업 투자 접근성이 높아진다.
발표안에 따르면 운용 주체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밴처캐피털(VC) 등이 모두 포함된다. VC는 자본시장법 상 관리감독을 받지 않고 여신 기능도 없기 때문에 애초 논의에서 제외됐지만 추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운용 주체로 넣을 예정이다.
또 BDC에 순자산 100%까지 차입투자를 허용한다.
순자산만큼만 투자할 수 있는 VC와 비교하면, BDC의 자금 동원력은 VC의 2배다.
BDC 운용인가를 받은 금투업자와 VC의 공동운용, VC·엑셀러레이터에 투자기업 발굴기능 위탁도 허용된다.
최소 설립 규모는 200억원이다. 운용주체가 펀드 전체지분의 5% 이상을 출자하도록 했다. 컨설팅, 경영지원 등을 제공해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금투업자에 엑셀러레이터 겸업을 허용했다.
사모·소액공모 활성화 방안도 나왔다.
공개적 청약 권유가 가능한 전문투자자 전용 사모 경로를 신설한다. 즉, 실제 청약자가 전문투자자로만 구성된 경우에도 사모로 인정하고 공개 청약권유와 TV, 모바일 등을 통한 광고가 가능하다.
소액공모 방식은 두 가지로 나눴다. 기존 소액공모는 10억원 미만에서 한도를 3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이와 별도로 100억원까지 조달 가능한 소액공모도 신설했다.
단 일반투자자의 연간 투자한도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2000만원, 그 외 일반투자자 1000만원으로 제한한다. 소액공모는 모집금액이 크고 다수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감안한 장치다.
한편, BDC제도 도입으로 민간 투자 자본이 유입되는 물꼬를 터줬지만 일각에선 비상장 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사한 투자기구인 기업인수목적 투자회사(SPAC)과는 달리 BDC에 편입하는 기업 수가 다양한 만큼 실제 BDC가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구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면서 “단순히 다른 상장기업처럼 자금공급 건에 한해서만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만으로는 투자에 따른 위험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현실성 있는 공시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의견수렴한 내용을 검토해 내달 초 'BDC제도 도입방안' 및 '사모·소액공모 활성화방안'을 확정 발표한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