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제74차 유엔총회에서 “'칼이 쟁기로 바뀌는' 기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길 기대한다”며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비무장지대 내 남·북 유엔기구 등 국제협력 기구가 설치된다면 북한 안전을 국제 사회가 보장해 줄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경제보복을 멈추지 않는 일본을 겨냥해 자유무역 공정성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장에서 열린 일반토의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유엔 총회 기조연설은 취임 후 연속 세 번째다. 이번 연설은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대화가 재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주도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보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비무장지대의 국제 평화지대화'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무장지대는 70년 군사적 대결이 낳은 비극적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기간 동안 자연 생태계 보고로 변모했고, JSA, GP, 철책선 등 분단의 비극과 평화 염원이 함께 깃들어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며 “세계가 그 가치를 공유해야 할 인류의 공동유산”이라 평가했다.
그러면서 “비무장지대 안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 생태, 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연구,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의 국제 평화지대 구축이 북한 안전을 제도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장하는 길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동시에 우리나라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유엔과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서 한반도 정세에 어떤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는지를 상세히 공유했다. 동시에 한반도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발걸음이었다”며 “두 정상이 거기서 한 걸음 더 큰 걸음을 옮겨주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또한 일본을 겨냥해 자유무역의 공정한 경쟁질서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위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가치를 굳게 지키며 협력할 때 우리는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이웃국가를 동반자라 생각하며 함께 협력해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전체로 '사람 중심, 상생번영의 공동체'를 확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이번 유엔 총회의 주제가 '빈곤퇴치, 양질의 교육, 기후행동, 포용성을 위한 다자주의 노력 촉진'임을 언급하면서, 기후변화, 개발·인도적 지원, 인권·여성 등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해 우리 정부의 기여를 강화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