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가 단기적으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사업자와 대등한 경쟁을 할 지,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이들에 버금가는 한국형 OTT로 자리매김할 지 관심이다.
관건은 콘텐츠다. 기존 옥수수와 푹을 넘어 글로벌 OTT와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리지널 콘텐츠·영화와 가상현실(VR), 실감형 스포츠 중계 등 차별화된 콘텐츠 확대가 절실하다.
◇웨이브 출범 의미는
국내 최대 통신사와 지상파 방송사 결합은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에서 최초의 시도다.
웨이브는 '푹+옥수수' 통합을 통한 단순 덩치 키우기가 아니라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 제작·유통 역량과 SK텔레콤이 보유한 5G,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 결합을 표방했다.
고품질 콘텐츠를 가입자가 제로레이팅 등 저렴한 방식으로 언제, 어디서든 최적 환경에서 고화질로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스마트폰에서 출발하지만, IPTV 서비스 제공까지 검토한다.
웨이브 등장으로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OTT 시장에서 경쟁을 강화하며 이용자 선택지를 넓힐 교두보가 확보된 것으로 평가된다.
웨이브는 넷플릭스 전유물로 여겨진 오리지널 콘텐츠를 중심으로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며 정면대결을 선언했다. 투자가 차질 없이 이뤄질 경우 콘텐츠제작사(CP)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투자 확대로 미디어 시장 선순환이 기대된다. 웨이브가 안착할 경우 KT와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미디어 시장 전반에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볼만한 콘텐츠로 가입자 확대 관건
웨이브가 제시한 청사진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 요건은 콘텐츠 경쟁력이다. 2023년까지 500만명 유료가입자·5000억원 매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합리적 가격에 이용자가 볼만한 콘텐츠를 제대로 확보하는 게 우선순위다. 기존 푹 가입자는 72만명으로, 국내 유료가입자가 넷플릭스와 동등한 수준인 200만명을 확보하는 시점에서 유의미한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웨이브는 지상파·PP 등 80개 이상 프리미엄 채널과 22만편 주문형비디오(VoD), 영화 1만5000편을 제공한다.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는 웨이브 핵심 경쟁력이다. 국내 OTT 중 지상파 방송사 실시간 채널을 제공하는 건 웨이브가 유일하다. 22만편 VoD는 지상파 방송사가 수십년간 축적한 결과물이다. 제작비 250억원 규모 SBS 드라마 '배가본드'도 출범 초기부터 제공한다. 제작비 100억원을 전액 투자한 KBS 드라마 '녹두전'은 독점 서비스 예정이다.
영화·미국드라마(미드) 등도 지속 확보해야 한다. 웨이브는 넷플릭스와 같이 월정액 방식으로도 영화 VoD를 제공하지만, 초기 제공편수는 1000편 수준이라 확대가 필요하다. 국내 최대 콘텐츠 기업 CJ ENM을 비롯한 글로벌 제작사와 협력으로 전체 콘텐츠도 확대해야 한다. 5G, 가상현실(VR)과 융합해 즐길 수 있는 최적화된 콘텐츠를 발굴하는 일도 차별화 요소가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웨이브를 통해 국내 미디어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공세 속에서 우리 문화와 국내 미디어·콘텐츠의 다양성을 지키고 알리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K콘텐츠와 한국 미디어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국회가 세금, 망 이용대가 등 문제에서 국내 OTT 기업과 글로벌 OTT 기업간 역차별을 해소하는 것은 웨이브를 넘어 국내 전체 OTT 시장 활성화 과제로 손꼽힌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는 “웨이브가 단순히 N스크린 서비스에서 멈추면 성공할 수 없다”며 “OTT로 '웨이브'를 봐야 하는 이유를 소비자에게 제시하고 충성도 있는 양질의 가입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