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기술독립 실크로드' 현장을 가다 <Ⅰ>미얀마

“지난해 성공리에 구축을 마무리한 정보기술(IT) 인프라 네트워크 사업을 계기로 미얀마 교통통신부(MoTC)의 민관합동 주파수 식별(RFID) 기반 시스템 민관협력(PPP) 투자사업까지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앞으로 전자정부 통합데이터센터 구축부터 차량등록 시스템 사업까지 건설·전력 분야뿐만 아니라 IT 영역에서도 한국 기술의 미얀마 진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Photo Image
미얀마 네피도에 위치한 MPT(국영통신기업) 데이터센터에서 EDCF로 IT 인프라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참여한 김인진 문엔지니어링 전무(왼쪽 두 번째)가 현지 관계자들과 인프라 현황 분석을 하고 있다.네피도(미얀마)=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만난 김인진 문엔지니어링 전무는 미얀마의 경제 발전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며 이처럼 말했다.

김 전무는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된 직후인 2013년부터 재개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미얀마 유상원조 사업의 첫 물꼬를 틔운 주인공이다.

문엔지니어링은 미얀마 전역 37개 도시에 광전송시스템과 광케이블 백본(back-bone)망, 가입자 전송장비 등을 구축하는 'IT인프라 네트워크 구축사업' 컨설팅을 수행했다. KT 등이 이 사업에 컨소시엄을 꾸려 공급자로 참여했다. 김 전무는 경제 제재가 풀리기 이전부터 미얀마에서 꾸준히 사업 기회를 찾아왔다.

밤낮 없는 김 전무의 노력은 지난해로 예정됐던 사업을 약 6개월 앞당겨 조기 완공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2017년 사업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서 6Mbps에 불과했던 미얀마 통신속도는 24Mbps 수준으로 약 4배 빨라졌다. 이를 통해 미얀마 국민의 이동통신 네트워크와 인터넷서비스, 국가 간 네트워크 연결 등 유무선 통신망 접근성도 크게 향상됐다.

문엔지니어링은 EDCF 사업을 계기로 미얀마 교통통신부로부터 PPP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도 거뒀다. EDCF 사업이 수익보다는 미얀마 현지 네트워크와 실적을 쌓는 기회였다면 PPP사업은 수익성과 추후 미얀마 독자 사업 확대를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다.

김 전무는 “탄자니아와 모잠비크 등에서도 EDCF를 통해 ICT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미얀마”라면서 “앞으로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경쟁 입찰에서도 한국 ICT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술독립 마중물 EDCF…전화통신망으로 시작해 GIDC센터까지

문엔지니어링의 이런 성과는 꾸준히 미얀마에 장기저리 자금을 공급하던 EDCF의 역할이 컸다. EDCF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수출입은행 양곤사무소의 적극 지원으로 사업 지연을 최소화해 이룬 성과이기도 하다.

EDCF는 25~40년 만기, 0.01~2.5% 금리의 장기저리로 개발도상국에 경제·사회 인프라 건설을 위한 차관을 제공한다. 경제제재 이전에도 1992년 전화통신망 확충을 시작으로 2004년까지 전자정부 구축 사업을 지원했다.

이런 EDCF의 꾸준한 ICT분야 인프라 지원 사업은 수출입은행과 미얀마 기획재무부(MOPF) 전자정부 통합데이터센터 구축사업, 한-미얀마 산업단지 주변 인프라 구축사업을 위한 차관공여계약(L/A)으로 이어져 대통령 순방 성과에 반영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얀마를 국빈 방문해 참석한 '경제협력 산업단지 기공식 및 비즈니스 포럼' 전날 이뤄낸 성과다.

특히 이번에 차관공여계약을 체결한 전자정부 통합데이터센터(GIDC) 사업은 의미가 크다. 앞서 EDCF 지원으로 구축을 마친 미얀마 전자정부 사업과의 연결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얀마 정부가 2016년 수립한 '전자정부 마스터플랜', '국가 신경제정책' 등 미얀마 ICT 발전에도 우리 기업이 기여할 수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EDCF사업이 우리나라의 우수한 ICT 기술을 전파하고 향후 전자정부 통합데이터센터 구축에도 우리 기업 진출을 촉진하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기업이 참여해 ICT뿐만 아니라 전력, 건설 등 각종 분야에도 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력·철도·건설…전방위 기술독립 물꼬

전력·철도·건설 분야 지원 사업 역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500㎸ 송전망 구축, 철도현대화 사업,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 건설 등은 이미 컨설팅을 마치고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을 마무리했다.

특히 미얀마 최초로 이뤄지는 500㎸ 대규모 송전선로를 구축하는 사업은 두산건설을 EPC 회사로 선정하고 지난달 사업 착수에 들어갔다. 18개월 일찍 용역을 착수한 일본 업체보다 빠른 속도다. 이 사업은 오는 11월 착공을 개시해 2021년 말 준공이 목표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최대 수요처인 미얀마 양곤 지역의 만성 전력난 해소를 기대할 수 있다.

사업 승인 단계부터 컨설팅을 수행해 온 선진엔지니어링과 한국종합전기 관계자는 “우리보다 1년 반이나 일찍 용역을 착수한 일본 기업보다도 먼저 EPC 계약을 마친 것을 인정받아 아시아개발은행(ADB)가 발주하는 양곤 시내 230㎸ 송전망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면서 “모든 것이 EDCF 사업으로 인한 파급 효과”라고 강조했다.

선진엔지니어링은 향후 미얀마 최초로 송전망 유지보수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 미얀마 현지에서 현재 유지보수에 대한 개념이 없고 고장이 생길 때도 발주처가 직접 보수하는 등 각종 문제가 이어지는 만큼 기술이전과 함께 유지보수 방안을 제안하는 등의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정만호 선진엔지니어링 매니저는 “빠르게 성장하는 미얀마 시장에서 기술독립을 이루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많이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500㎸ 고전압 송전망 분야에서 한국 인지도를 높이고 공급된 장비의 우수성과 기술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미얀마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우리 기업 진출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네피도(미얀마)=


경제제재 해제 이후 EDCF 미얀마 지원사업 현황('19.7월 말 기준)

[창간기획]'기술독립 실크로드' 현장을 가다 <Ⅰ>미얀마
[창간기획]'기술독립 실크로드' 현장을 가다 <Ⅰ>미얀마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