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출근시간대, 서울 성동구에서 '타다'를 호출했지만 대기 차량이 강남구에 몰려있다면 이용자와 플랫폼 운영사 모두 손해다. 승객은 차가 늦게 도착해 발을 동동 굴러야 하고 운영사는 이동에 드는 유류비, 인건비, 기회비용을 손해 봐야 한다. 타다 드라이버는 시급 1만원 수준 급여를 받는다. 약 1000대 규모로 알려진 '타다베이직'을 동시에 운영하면 시간당 인건비만 1000만원이 발생하게 된다. 연간으로 따지면 수백억원에 달한다.
타다 운영사 VCNC는 이런 배차 효율성 문제를 최적화하기 위해 기술과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다. 25명 규모의 사내 데이터그룹을 별도 운영한다. 타다 운영팀 인원이 100명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데이터 분석에 굉장한 자원을 쏟는 셈이다.
최근 서울 성동구 쏘카 본사에서 만난 김상우 타다 데이터그룹장은 “효율적인 차량 재배치가 이뤄지면 고정비를 줄일 수 있고, 고정비가 낮아지면 많은 대수를 운영하면서도 요금 인하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기술 효용이 서비스 개선, 이용자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타다는 이용자 연령대나 성별을 포함한 정보는 수집하지 않는다. 대신 차량 호출 및 위치 정보, 연료 소모량, 차량 상태 데이터를 다양하게 분석한다. 운행 데이터에서 여러 흥미로운 결과물이 도출된다. 예컨대 여의도, 종로, 강남 지역은 대표 업무지구지만 조금씩 이용패턴이 다르다. 출근이 빠른 여의도 증권가는 오전 7시, 일반 대기업이 많은 종로는 9시, IT기업 및 스타트업이 많은 강남에는 10시에 승객을 내려 준 타다 차량이 집결하게 된다. 이후에는 강남-강남 이동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진다. 이런 사실은 대략 추측만으로는 짚어낼 수 없는 데이터다.
타다 데이터그룹은 이 같은 데이터를 토대로 주간 이용 패턴과 날씨 데이터를 더해 수요예측 모델을 뽑아낸다. 기계학습(머신러닝) 분석을 통해 기사 출퇴근 시간 및 차고지 배정을 자동화한다. 아울러 호출 시 발생하는 이용자 행동 데이터는 요금 변동 정책에도 반영된다. 타다 배차 성공률이 높아진 이유다. 데이터그룹의 분발로 타다는 서비스 출시 10개월 만에 30% 이상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올해 9월 기준 호출건수 역시 초기 대비 약 1600% 증가했다.
물론 데이터 분석만으로 운행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례로 숙박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의 경우 데이터가 확보됐다고 해서 갑자기 객실을 늘리거나 숙박료를 탄력 있게 바꾸기는 어렵다. 가격 결정 권한은 플랫폼 가맹업주에게 있기 때문이다. 택시 호출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승차난이 심한 특정 지역 및 시간에 택시기사를 강제로 배차할 수는 없다. 원인과 해법을 알아도 적용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이상우 데이터그룹장은 “쏘카·타다는 단순 중개가 아니라 온·오프라인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이어서 확보한 데이터를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서비스”라며 “목표 설정, 데이터 확보, 실제 적용까지 굉장히 빠른 싸이클로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타다는 원하는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그에 맞는 데이터를 수집한다. 차량 내 기사 흡연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감지 센서를 설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없는 데이터는 만들어내서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 다른 플랫폼과 차별점이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