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결되는 기술, 닫히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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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9'가 열린 독일 베를린 메세베를린. 올해 처음으로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개막 키노트를 맡은 리처드 위 화웨이 최고경영자(CEO)의 발표를 듣기 위해 많은 관람객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 키노트 시작에 앞서 독일 유명 록밴드 람슈타인 신곡 '라디오'의 뮤직비디오가 상영됐다. 뮤직비디오에는 옛 동독이 서구 예술과 문화 소비 금지 조치를 내리던 시절에 많은 사람이 라디오를 통해 서방 라디오 방송과 음악을 몰래 들으며 열광하는 모습이 담겼다. 독일을 대표하는 밴드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노래가 담고 있는 미디어 자유의 중요성이라는 메시지가 뮤직비디오 상영의 함의로 읽혔다. 특히 미-중 무역 분쟁의 희생양이 된 화웨이 상황과도 묘하게 맞물렸다.

IFA는 1924년 당시 첨단 기기 라디오와 관련된 혁신 기술을 보여 주기 위한 박람회로 출발했다. IFA의 공식 명칭은 '베를린 국제 라디오 전시회'다. 이후 IFA는 자동차용 라디오, 컬러TV, 콤팩트디스크(CD) 등 혁신 기술 데뷔의 장이 됐다.

올해 IFA에도 전 세계 1895개 업체가 참가해 5세대(5G) 이동통신, 초고해상도 8K TV,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대거 소개했다. 특히 클라우드에 저장된 초고해상도 미디어와 고용량 콘텐츠가 5G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모든 전자제품이 연결되는 완전한 생활방식의 혁신을 예고했다.

그러나 세계는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분류하면서 압박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으로 파워게임을 시작했다. 일본은 정치적인 이유로 한국에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무역전쟁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은 글로벌 혁신 시곗바늘을 과거로 되돌릴 위험이 있다.

이제 개별 기업이나 각 국가는 혼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미 글로벌 분업 체계가 자리 잡았고, 글로벌 가치사슬 속에서 합종연횡이 시작됐다. IFA에 발표된 신기술도 생태계 토대 위에서 의미가 있다. 장벽 없는 협력과 함께 정보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한 혁신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올해 IFA 전시회의 묵직한 울림이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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