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9일 “한일 간 긴장관계는 이제야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면서 “한일 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콘퍼런스'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홍 부총리는 크루그먼 교수와 면담에서 “내년 세계 경제전망,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로 한국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됐다”면서 “이로 인해 세계 경제 전체의 글로벌 가치사슬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크루그먼 교수는 “내년에 불황이 올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지표에 따르면 무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는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은 단기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 확대할 여력이 있고, 경기 전망이 빠른 속도로 어두워지고 있다”면서 “경기 부양 조치를 더 많이 실시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처럼 시간이 걸리는 것보다는 즉각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재정을 통한 단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을 때 신중한 기조가 위험을 더 키울 수 있다”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우리 정부의 재정적 역할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디플레이션이 한국 경제에서 나타나는 것을 막아야 하므로 정부의 과감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 일본은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현재 경기가 나쁜 만큼 한국은 단기적 대응을 취해야 하며 그럴 여력도 있다”고 강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 경제 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투자를 꺼리고, 이런 현상은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선 “일본이 조금 이상하게 행동하는 게 분명하다”면서 “(한일 무역갈등이) 빨리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크루그먼 교수는 미중 무역갈등의 급격한 악화를 두고 “세계 2차대전 이후로는 보지 못했던 엄청난 보호무역주의”라며 “미국은 중국, 인도와 무역전쟁을 하고 있으며 한국 철강산업도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미중 갈등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면서 “해법은 최대한 무역 분쟁에서 떨어져 미국, 중국, 유럽연합(EU)과 계속 교역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