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김성수 과기혁신본부장, "일본이 임자 제대로 만났다고 느끼게 성과 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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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최근 화제의 인물이 됐다. 지난달 말 일본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 종합대책' 발표 브리핑 도중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이 회자되면서다.

김 본부장은 대한민국 R&D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 이전에 평생 화학을 전공한 과학자다. 불소화학 등 연구분야에서 이미 일본의 견제가 만만치 않았던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렇기에 평소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어렴풋이 눈물의 의미를 짐작했다. 일본 수출 규제 대응에 맞서 냉철한 대책을 마련해 온 그지만 가슴 속은 '결기'로 가득 차있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의 속내는 짐작과 다르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지금 제 머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치로 찍는다면 50%는 소재부품장비, 40%는 예산, 10%가 가족”이라고 말했다. 가족에겐 미안하지만 지금은 워낙 이 분야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니 이해해 줄 것이라며 웃음지었다.

그는 “과학기술인인 자신이 과기혁신본부장으로 있는 지금 일본이 소재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내렸다”면서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고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응책은 다양했고 세밀했다. 바둑에 조예가 있는 김 본부장은 '착안대국, 착수소국'이란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대국적으로 생각하고 멀리 방향을 보되 착수할 때는 국지적 형세를 잘 살펴 수를 둬 승리하다는 바둑용어다. 소재부품 관련 기술 내재화와 더불어 R&D 시스템 혁신을 이뤄나가는 큰 그림을 그렸다.

김 본부장은 “이번만큼은 다른 결과를 내고 싶고 그렇게 될 것”이라면서 “당장 모든 것을 자립화할 수는 없지만 일정 수준 성과가 나온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민간 R&D 사이 빈틈을 메우고 '펀더멘털'을 강화하겠다”면서 “소재부품 R&D 대책은 이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업데이트, 개선하면서 위력을 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담=이호준 정치정책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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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브리핑에서 감정이 복받친 모습을 보여서 화제가 됐다.

▲과기혁신본부장 취임 전 화학연구원 원장으로 근무했고 그전에 화학을 전공한 과학자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두 개 품목이 화학연구원에서 연구하는 분야기도 하다.

불소화학 분야는 현직 때부터 애정이 많았다. 굉장히 까다롭고 위험한 분야다. 올해 초 원장 재직 시절 불소화학 실험실을 찾았을 때 나보다 나이 많은 연구자가 손에 부상을 입을 것을 봤다. 불소가 손에 튀었다더라. 그때 일본이 불소화학 분야에서 우리나라 연구자를 견제하는 등 어려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얼마 후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발동했다. 항간에선 우리나라 불소화학 수준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일반 인식과 다른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 불소화학도 세계적 수준이다. 브리핑할 때 여러 생각이 떠오르면서 감정이 그리 된 것 같다.

-오랜 기간 소재부품 자립을 외쳤는데 왜 이런 공백이 생겼다고 보나.

▲일본은 독특한 산업 스타일이 있다. 그들 말로 장인정신, 우리의 가내수공업 같은 제조 형태가 있다. 오랜 기간 한 분야만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하면서 노하우를 만든다. 그 노하우를 우리가 하루 아침에 따라 잡을 순 없다. 그게 강점이다. 특히 소재 분야에서 그런 강점을 보인다.

최근 한 대기업 임원과 대화를 나눈 적 있다. 특정 분야에서 아주 경쟁력이 뛰어난 일본 소재기업을 방문했다고 한다. 외곽지역에 있는 공장을 방문했는데 깜짝 놀랐다고 했다. 사람도 별로 없고 시설이 좋은 편도 아니었다는 거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경쟁력이 나오나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했다. 그러다 그 기업이 갖고 있는 독특한 협력 스타일을 보고 비로소 대답을 찾았다고 했다. 회사는 주변 대학과 수십년간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기초 연구는 대학에서, 기업은 그 기술을 제조화하는 역량이 뛰어났다. 각자 분야에서 서로 수십년간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하면서 서로를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축적된 노하우가 경쟁력이다. 인위적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협력하며 서로 경쟁력을 키웠다.

사실 굉장히 따라 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우리도 이번 대책에서 이런 분위기,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는 구조 마련에도 신경을 썼다. 국가연구실(N-LAB) 지정, 핵심품목별 국가 연구협의체(N-TEAM) 등이다.

-소재부품 R&D 종합대책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번 대책은 기존 대책에 비해 분명한 차별성을 갖는다. 소재 분야는 금속, 세라믹, 화학 소재로 나뉜다. 일본이 이번에 규제한 것이 대부분 화학소재다. 우리도 이제 따라잡을 것은 따라잡고 내재화할 것은 하겠다는 거다. 화학전공자가 과기혁신본부장에 있을 때 이런 조치가 나왔다.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물론 우리가 모든 것을 다 따라 잡을 순 없다. 어느 정도만 성과가 나와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가장 큰 차별성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분석한 결과로 대응책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현재 품목 분석은 3분의 1 수준까지 마쳤다. 연말까지 목표 품목 분석을 마칠 것이다. R&D 대상 품목의 '족보'다. 각 부처가 앞으로 이를 기반으로 R&D를 수행한다.

한 번에 끝나는 작업이 아니다. '롤링 플랜'이다. 계속 업데이트한다. 이건 굉장히 무서운 거다. 경쟁력이 있다. 같은 예산을 넣어도 결과가 다르게 나올 것이다.

이번 대책이 힘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또 있다. 비 R&D 지원이 뒷받침된다. 왜 우리 R&D 성과가 국산화 또는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냐는 지적이 많다. 그건 사실 R&D 영역과는 또 다른 얘기다. 기술이 좋아도 단가, 수요기업 사정에 따라 시장에 안착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R&D, 비 R&D 전략을 패키징해 풀려 한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한다면 분명 예전보다 R&D 대책의 성공 확률이 높아질 거라고 본다.

또 하나 차별점은 수요·공급 기업의 참여다.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쓰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고 보면 된다. 현장과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 기업이 말하는 문제와 요구를 계속 정책에 반영한다. 무엇보다 이번엔 업계, 과기인의 '결기'가 강하다. 종합적으로 보면 분명 과거와 다른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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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 R&D를 두고 '투자 대비 성과가 저조하다'는 지적이 따랐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예산이 커지면 연구자는 좋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커진다. 우리나라도 이제 R&D 예산 규모에 대한 지적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소재부품 R&D 종합대책 세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본 항목이 '균형감'이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한 것도 우리가 균형감을 잃은 것과 무관치 않다. 산토끼만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친 측면이 있다.

성과를 체감하고 극대화하기 위해선 R&D의 빈 틈을 메우고 펀더멘털을 강화해야 한다. 집토끼, 산토끼를 모두 보는 균형감이 필요하다. 산업이 아무리 발전해도 기업이 손 대지 못하는 부분이 생긴다. 연구분야에서는 논문이 나오기 쉬운 분야로 과제가 집중되기도 한다. 이른바 '펜시'한 쪽으로 연구가 쏠린다. 그러다 보니 사각지대가 생겼다.

내년 R&D 예산안이 24조원을 넘었는데 균형있게 쓰이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소재부품 가운데 일정 분야, 미세먼지 등 당장 성과가 나와야 하는 부분은 긴급 대응이 가능하다. 과거처럼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상황은 이제 없다. 예산이 풍부해지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긴 호흡이 필요한 분야, 단기 대응이 필요한 과제 등 각 분야에서 국민이 보기에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느낄 것이라고 본다.

바둑 용어 중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 있다. '착안대국, 착수소국'란 말이다. 지금 상황에 적합하다. 전체 대국을 보면서도 국지적으로 수를 둔다는 의미다. R&D 정책도 큰 그림을 보되 필요한 분야에 대한 조치를 해 나가야 한다.

우선 소재 쪽만이라도 R&D 'PIE' 파이시스템을 빨리 그리려 한다. R&D, 인력양성, 제도개선, 관련 정책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개발해 특허 등록한 시스템이다. 여기에 통합 연구과제관리시스템(PMS)이 운영되면 전반적으로 효과가 훨씬 커질 것이다.

주목할 만한 성과도 곧 나오리라 본다. 지금 말할 순 없지만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강한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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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업 R&D가 어떤 형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보나.

▲기업 R&D 여건이 좋지 않다. 대기업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중견중소기업 모두 어렵다. 현장을 다니면서 반성도 많이 했다. 결국은 사람이다. 경쟁력은 사람에게 나오는데 인재를 유지하고 키우기 어려운 현실이다. 기업 만나니 어느 정도 일할만 하면 퇴사한다고 한다.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당부 받았다. 일본과 같은 장인정신을 우리 기업에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전문연구요원(이공계 병역특례) 등으로 기업에서 활동하다가 흥미, 자부심을 느껴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일하게 하는 구조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되려면 연구자가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연구자는 연구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 다음 그 성과를 인정받을 때 자부심을 갖는다. 단순히 경제적 지원을 주기 보단 동인을 느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국가가 인정한 연구자, 연구소가 필요하다. 민간 연구자에게 훈·포장도 더 많이 줘야 한다. 중견중소기업 연구자의 성과를 발굴하고 인정하면서 공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서 기업이 같이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 문화다. 구조적으로 변해야 하는데 정말 힘든 일이다. 중소기업 R&D 지원을 확대하고 단계별 '스케일 업' 지원을 할 계획이다. 대중소기업간 상생형 R&D지원 등을 통한 성과제고 방안도 마련 중이다.

-효율적인 R&D 예산 편성 구조와 방향에 대해 말한다면.

▲올해 R&D 예산 편성시 추가경정예산, 예비타당성조사, 예산 증액 등 전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협력했다. 일부에선 기재부가 이 부분에서 의사결정을 단독으로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상당 부분 과기혁신본부와 소통하며 예산안을 만들었다. 물론 개선의 여지도 있다. 그런 것은 앞으로 논의하면서 얼마든지 가다듬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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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과기혁신본부장 <사진 이동근기자>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1990년부터 30여 년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근무했다. 이후 화학연 원장으로 취임해 자체적으로 기관 역할·의무(R&R)를 재설정하는 등 기관 혁신을 주도했다. 연구분야별 강약점을 진단하고 기관이 집중해야 할 연구를 장기·단기 프로젝트로 나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과기 분야 행정경험도 두루 쌓았다. 2007~2008년 노무현 정부 당시 현재 과기혁신본부의 전신 격인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에서 생명해양심의관을 지냈다. 2013∼2014년에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운영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연구·과학행정분야에서 골고루 경험을 갖췄다. 내부 조직원과의 소통을 중시 여기는 스타일이다. 원장 재임시절에도 먼저 연구자를 찾아 스스럼없이 소통하며 개선점을 찾았다.

1961년생이다. 서울 대일고,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KAIST에서 화학과 박사 학위를 얻었다.


정리=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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